남자와 여자 사이에 우정은 없다.
이 말이 처음에는 너무 단호하거나 극단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인간관계의 경로를 지켜본 결과, 나는 이 말이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경험에서 걸러진 진실의 파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주 말한다.
“남녀 사이에도 우정은 가능하다”고.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다.
그 우정 속에 욕망은 정말 한 번도 끼어든 적 없었는가?
그 미소, 그 손끝, 그 대화의 온도는 정말 친구 사이에서만 나올 수 있었는가?
사랑이 아니면 증오로 끝나는 관계.
그 중간 지점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관계도 어느 순간 그 안에 감정의 균열이 일어난다.
상대방이 나를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는 순간, 그 균열은 낭떠러지가 되고,
우리는 한순간에 미끄러진다. 사랑이거나, 증오이거나.
이건 누군가를 미워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한때 사람을 사랑했고, 여자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삶의 향기를 맡았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언제나 결국 감정의 충돌로 귀결되었다.
욕망이 스며들고, 기대가 자라나고, 실망이 꽃피고, 냉소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말한다. 감정을 조절하면 된다고.
그러나 감정은 이성과 별개로 작동하는 야수다.
우리는 본능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지만,
어느 순간 그 본능은 작은 틈 사이로 올라와 모든 것을 뒤집는다.
그래서 나는 이젠 사람들에게 거리 두기를 배운다.
특히 여자들과의 관계는 손끝으로만 유지되기를 바란다.
더 깊어지면 더 무너진다. 더 가까워지면 더 잃는다.
사랑은 너무 뜨겁고, 증오는 너무 차갑다.
나는 이제 그 사이의 온도를 견디지 못한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
그리고 그 평화는 타인과의 감정적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적당히 분리된 내 작은 방, 내 침묵 속에서만 유지된다.
그곳에서는 사랑도, 증오도 없다.
그저 나 하나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