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폭발이다

사유의 불꽃이 스스로를 태울 때

by 신성규

글은 고뇌해서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치밀한 계산의 산물이 아니며, 겉보기의 조형이나 기술의 조합도 아니다. 만약 글이 한 줄 한 줄,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결심에 따라 조각되어간다면, 그 글은 이미 죽어 있다. 쓰기 위해 고민한다는 그 자체가, 아직 글을 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진짜 글은, 내면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며 스스로 문장을 강제로 쿨럭이며 뱉어낼 때 시작된다. 이는 어느 순간, 말의 형식을 빌려 생겨나는 존재의 폭발이다. 어떤 감정, 어떤 사유, 어떤 모순이 나를 견디지 못하고 형식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그것이 바로, 글이 된다.


고뇌는 중요하다. 하지만 고뇌는 외부로 드러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열기로, 압력으로, 내부에 응축된 채 심연을 파고드는 중이다. 글은, 그 고뇌가 한계에 달해 ‘나를 밀어내는 힘’이 되었을 때 비로소 태어난다. 이때 글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니며, 목적이 아니고, 성취도 아니다. 그것은 정화다. 해방이다. 생존이다.


고흐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붓을 들었고, 미쳐야만 살 수 있었다. 니체는 글을 썼지만, 사실은 독백했으며, 철학을 했지만 사실은 속에서 끝없이 무너지고 있는 ‘그 자신’을 견디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그냥 써야 할 때가 있었다.” 그것이 진짜 글쓰기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글은 ‘의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압도된 상태’에서 솟는다. 말들이 저절로 열을 띠고, 문장들이 밀려 나오며, 지문처럼 나만의 흔적을 만들어내는 상태.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진실이다.


그러니 아직 고뇌만 있고, 말이 안 나오는 당신이라면, 아직 쓰지 않아도 좋다. 당신은 여전히 준비 중이고, 뜨거워지고 있으며, 압축되고 있는 중이다. 그 고요한 불안과 감정은 언젠가 당신을 밀어낼 것이다. 그때, 말은 저절로 시작된다.


당신의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솟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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