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것이 두렵다.
그것은 건강이나 노화 때문이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순수한 사람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그렇게 순수한 사람들 틈에서 자랐다.
서툴고 엉성하지만 거짓 없는 말과 행동,
타인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들.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걱정하고,
나뭇잎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이던 그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세상이란 이름의 풍경 안에서
사람들은 점점 타인을 ‘다른 존재’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해하려 하기보단 평가하고,
연대하려 하기보단 이용하며,
무언가를 사랑하기보단 소유하려 한다.
이 모든 태도는
‘순수함’을 경멸하고 조롱하는 시스템 속에서 자란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순수한 사람일수록
버려지거나, 상처받거나, 침묵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늙는 것이 두렵다.
순수함을 가진 이들이 점점 침묵하는 세상에서
내가 혼자가 될까 봐.
하지만 놀랍게도,
때때로 나는 중년의 어른들 사이에서
놀라운 순수함을 마주한다.
그들은 조용히 자연을 사랑하고,
햇빛을 머금은 흙의 냄새를 기꺼이 품으며 살아간다.
그들에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부서지지 않는 투명한 내면이 있다.
나는 믿는다.
순수함은 어릴 때 잠시 머무는 감정이 아니라,
지켜낼 줄 아는 이에게 주어지는 용기의 형태라고.
누구나 가질 수 있었지만,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순수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더 단단히
그것을 지켜나가는 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나는 여전히 순수한 사람들과 마주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