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폭발처럼 보이지만, 층이다
기술은 종종 ‘혁명’이라 불린다.
증기기관은 산업을 바꿨고, 인터넷은 관계를 바꿨고,
인공지능은 지금, 인간의 정체성까지 바꾸려 한다.
우리는 이 순간을 “팡” 하고 터졌다고 말한다.
하룻밤 사이에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사회 구조가 전환된다고.
그러나 그 ‘팡’은 실은 층이다.
마치 화산의 분화처럼.
폭발은 순식간이지만,
그 밑에는 천천히 쌓인 마그마의 층이 있다.
물리학, 수학, 기계공학, 재료역학, 신경망 이론, 언어학, 통계학…
우리가 모르는 이름들, 실패한 실험들, 잊혀진 논문들이
서서히, 조용히, 하나의 폭발을 준비한다.
증기기관도 그랬다.
그것은 ‘연기나는 기계’가 아니라,
뉴턴 이후의 역학 체계와 열역학의 총합이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랜덤한 발명이 아니라,
냉전 시기의 분산망 구조, 정보 이론, 하드웨어 공학의 응축된 집합체였다.
인공지능 역시 지금 막 생겨난 것이 아니다.
퍼셉트론에서 시작해,
딥러닝 이전의 비효율적 알고리즘들,
수십 년간 외면받았던 뉴럴넷의 역사.
기술은 갑작스러운 도약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역사적 누적’이라는 바위층이다.
우리는 화산을 보고 ‘갑자기 터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질학자는 말한다.
“그건 수백만 년 동안 준비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