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화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분노는 단지 ‘내가 지금 상처받았고 불쾌하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걸 전달받은 상대가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스스로 인식하지 않는 한, 분노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되려 상황은 악화된다. 내가 화를 내면, 상대는 내가 느낀 부정함보다는 내 분노의 톤에 먼저 반응한다. 마치 잘못의 크기와 분노의 크기가 서로 충돌하듯, 원래의 문제는 사라지고 남는 건 감정의 상쇄다. 상대도 기분이 나빠지고, 나도 그 감정을 되돌려 받는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분노가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린다.
그래서 화를 내는 대신, 고요하게 말하는 것이 더 강력할지도 모른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상대 스스로 하게 하는 것. 감정이 얽히지 않아야 비로소 책임의 무게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분노가 무력한 이유는 그것이 감정을 증명할 순 있어도, 진실을 증명하진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