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언어

by 신성규

불안은 나를 말하게 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예감,

세상이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 침묵,

그 모든 것을 견디지 못해 나는 사유하기 시작했다.


철학은 처음부터 안락한 삶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살아있는 자가 느끼는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내 삶이 어떤 규칙 위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왜 이토록 반복되는 하루가 내게 의미를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불안은 말이 되었고,

그 말은 점점 질문으로 바뀌었다.


철학은 질문의 형식으로 불안을 견디는 언어다.

확신이 무너질 때,

믿음이 부식될 때,

우리는 철학에 기대어 다시 물어야 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진리는 존재하는가”.


이 질문들은 단지 지적 유희가 아니다.

그것들은 내면의 균열을 지나온 사유의 흔적이다.

내가 불안을 겪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철학은 편안함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철학은 침묵 속의 울림이다.

세상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나는 철학이라는 언어로 나를 구조화하기 시작했다.


철학은 불안을 없애지 않는다.

그 대신 불안을 견디는 틀을 준다.

그 틀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세계를 동시에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려 한다.


그러니 나는 말한다.

철학은 불안의 언어다.

침묵을 이겨내기 위한 사유의 형식이며,

세상과 나 사이의 틈에서 태어난 언어다.

철학은 침묵을 견디지 못한 불안의 입김이다.


그 언어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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