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정신

by 신성규

나는 언제나 세상의 이면을 보고 싶었다.

드러난 팩트가 아니라, 감춰진 맥락.

가려진 눈물과, 말하지 못한 목소리를 찾아

직접 걸어가고, 듣고,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나에게 기자라는 단어가 품은 이미지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내가 들어간 언론은

사건의 구조보다 자극을 원했고,

취재의 진정성보다 조회수를 집계했다.

질문은 편집됐고,

목소리는 제목 아래 묻혔다.


나는 문제를 보고 싶었다.

통계로 포장된 고통 말고,

이름을 가진 누군가의 삶을.

르포를 읽을 때면 늘 같은 감정이 들었다.

“나는 왜 여기에 없지?”

“이 이야기를, 내가 해야 하지 않나?”


기자는, 두려워 가지 않는 곳에 먼저 닿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전쟁과 기아, 무너진 도시, 그 안의 생명들.

그 잿더미 속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존엄을

언어로 기록하는 사람.


나는 언젠가 남미에 가고 싶다.

세계 체제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러온 대륙.

그 속에서 무너지고 일어나는 사람들,

미국의 그늘 아래서도 삶을 꿰매는 사람들.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현실을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써내고 싶다.


그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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