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의아하다.
왜 사람들은 내 앞에서 그렇게 쉽게 마음을 털어놓는가?
나는 그저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인데,
그들의 속이 뚫린 듯, 오래된 비밀들이
조용히 나를 향해 흘러나온다.
어쩌면 나는 거울이다.
그들이 나를 들여다볼 때,
사실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안다.
내 말이 아니라, 내 침묵이 그들을 말하게 만든다.
내 판단이 아니라, 내 수용이 그들을 안도하게 한다.
나는 기술을 쓰지 않는다.
다만 오래도록 사람의 결을 만져왔다.
어투, 눈빛, 몸짓, 그리고 아주 미세한 표정의 떨림.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말보다 침묵을 더 깊이 듣는다.
어떤 이는 그걸 안정감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배려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진심’이 보였다고 했다.
나는 다르지 않다.
다만, 사람의 마음을 얇은 종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조금만 눈을 마주쳐도,
‘아, 지금은 이 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감각이 온다.
그런 예민함은 때로 나를 피곤하게도 하지만,
그 덕에 사람들은 마음을 내보인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열지 못한 적이 많았다.
세상이 너무 차갑고,
말은 많지만 듣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
그 선택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내가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
그들의 마음속 방을 하나씩 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는 사람이 되었다.
비밀은 원래
숨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들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나는 그냥 그걸 알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