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찬가

by 신성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음악은 우리를 듣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뇌파를 따라 리듬을 바꾸고, 사유의 깊이를 조율하며,

때론 사람의 뇌를 얕은 곳에 가두기도,

때론 가장 깊은 곳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클래식을 들을 때 뇌가 ‘깨어난다’는 느낌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뇌는 예측과 변주를 동시에 수행하는 유기체다.

클래식은 반복하지 않는다.

변화하고, 전개되고, 확장된다.


그러므로 클래식을 들을 때 뇌는 단지 멜로디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대비, 집중, 감정의 조율 등 고차원적 사고를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이는 뇌의 전두엽과 해마, 측두엽 등 여러 부위를 동시 가동하게 만든다.

이때 우리는 뇌가 ‘돌아간다’고 느낀다.

정신은 예술의 흐름 속에서 자극받고,

우리는 ‘지성의 깊이’와 ‘감정의 확장’을 동시에 경험한다.


반면 대중가요는 대부분 예측 가능한 구조,

A-B-A-B-Bridge-A 형태의 정형화된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계도 단조롭고, 코드 진행도 반복적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익숙함에 빠지고, 감정은 쉽게 소비된다.


가요는 강한 감정을 빠르게 불러일으키는 능력은 있지만,

사유의 깊이를 자극하진 않는다.

뇌는 이미 알고 있는 경로를 따르며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클래식은 뇌를 열고, 가요는 뇌를 닫는다.

이것은 가치의 우열이라기보다, 기능의 차이다.

클래식은 사유의 도구이고,

가요는 감정의 소비재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감정의 소비에 집착한다.

깊이보다는 속도, 감정보다는 반응.

그래서 클래식을 들을 때 우리는

내가 다시 ‘깊어지고 있다’는 희미한 자각을 한다.


사유하고 싶을 때는 클래식을 들어라.

느끼고 싶을 때는 가요를 들어라.

그러나 모든 날에 가요만 듣는다면,

당신의 뇌는 점차 감정의 소비 패턴으로 길들여질 것이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당신의 정신을 형성하는 리듬이며,

당신의 뇌를 가동시키는 숨은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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