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인들의 집단적 성향에서 일종의 자폐적 기질을 느낀다. 여기서 말하는 자폐적 기질이란 병리적 의미가 아니라, 질서를 중시하고, 변화를 경계하며, 반복과 세부에 몰입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성향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한 정당이 오랜 시간 집권하는 정치 체계, 조직 속 위계와 예절, ‘조화’를 중시하는 공동체 윤리—이 모두는 안정과 일관성을 중시하는 문화의 산물이다.
심지어 일본의 산업에서도 이 성향은 잘 드러난다.
정밀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요하는 기계 산업,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수공예 분야,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철도 시스템과 정시 운행의 철저함.
이 모든 요소는 변수보다 상수를 사랑하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런 성향은 때로 보수적 질서와 깊은 만족감으로 나타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삶. 그것에 자긍심을 느끼는 자세.
이것은 ‘성취지향’보다는 ‘완성지향’에 가까운 철학이며,
자아를 외부로 확장하기보다는 내부의 틀 안에서 완성시키려는 태도다.
이와는 달리, 나는 한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진보적 기질에 더 가까운 민족성을 지녔다고 느낀다.
우리는 역동성과 혁신에 반응하고, 기존 질서를 깨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독재를 타파했던 민주화운동,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과 문화, 끊임없는 ‘업데이트’에 대한 민감함.
우리는 움직이고 흔들리며, 질문하고 저항하는 민족이다.
이러한 차이는 독일, 일본과 같은 기계 중심의 문화가 발달한 나라와의 차이로도 드러난다.
그들은 오차 없이 작동하는 구조 속에서 기쁨을 찾는다면,
우리는 변화 속에서 가능성을 실험하며 살아간다.
이 차이는 단순한 국가 비교를 넘어서,
각 민족의 정신적 기질과 존재에 대한 태도를 가늠하게 해준다.
‘정지와 안정’을 택한 문화와, ‘흔들림과 확장’을 추구하는 문화.
이 두 가지는 서로 대립적이라기보다는,
서로가 인간 존재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거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