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종종 말한다.
“지방은 재정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분권은 어렵다.”
하지만 이 말은 지방이 단지 ‘자립을 못 한다’는 것을 넘어서, ‘중심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구조’가 정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은 많은 세금을 걷는다. 하지만 에너지, 식수, 식량, 쓰레기 처리 등 핵심 생존 기반은 거의 대부분 지방에서 조달되고 있다.
이 말은 곧, 서울의 도시민도 생산의 기반 위에서 ‘자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 기생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묻자.
서울 시민이 사용하는 전기와 식량은 왜 ‘지방과 동일한 가격’으로 소비될 수 있는가?
지방이 자립하지 못했다는 논리로 분권을 거부한다면,
서울도 자립적이지 않은 인프라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는가?
‘공정한 가격’이란 무엇인가?
지방이 발전소, 송전탑, 매립지, 축산단지 등 각종 기피시설을 떠안고 있다면,
그 고통과 환경 부담에 대한 ‘보상 가격’이 전기료나 수도세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전국 단일 요금제, 인프라 공동 이용이라는 이름 아래 지방은 희생하고, 중심은 편익만 누리는 구조다.
‘자립도’는 논리인가, 수단인가
지방의 자립도를 문제 삼는다면,
그 이전에 수도권이 어떤 구조 위에서 ‘자립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물어야 한다.
많은 지방이 생산을 담당하면서도 세수는 본사 이전지인 서울에 집중되는 구조 안에서,
지방의 ‘가난’은 자립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수탈의 결과일 수 있다.
지방이 ‘가난해서’ 분권이 안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서울 중심의 국가가
지방의 고통을 값싼 자원으로 전환해 소비하는
보이지 않는 식민적 착취구조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