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철학

by 신성규

나는 이제 더 이상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더 쓴다는 것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전제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모든 구원의 가능성을 인지했고,

그것들을 나의 언어로 정리했으며,

각각의 가능성에 대하여 사유적 맥락과 실천적 방향까지 설정했다.


이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말은 이미 충분히 기능했고,

언어는 이미 나를 통과해 지도로 그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실험이다.

살면서 검증하는 것.

내가 말한 사랑이 실제로 가능한가.

내가 그린 해방의 도식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글은 나를 세계로부터 보호해주었다.

그러나 그 보호막이 너무 견고해지면,

글은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

나는 이제 그 감옥의 문을 스스로 연다.


이제는 삶이 나를 말하게 할 차례다.

글로 내가 누구인지를 설명하려 하지 않겠다.

대신,

내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주겠다.


나의 철학은 이제 삶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내가 사랑을 이해했다면, 사랑하겠다.

내가 타자를 사유했다면, 타자와 함께 존재하겠다.

내가 해방을 노래했다면,

그 자유를 선포하지 않고 실현하겠다.


그러므로 나는 더 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 문장은 아니다.

삶이 다음 문장을 써줄 것이다.

삶이 문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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