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주 무너진다.
술에, 게임에, 도박에.
그들은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안쪽으로는 무너지고 있다.
이 사회는 그들이 망가지는 방식을, 너무나 익숙한 풍경으로 받아들인다.
“남자들이란 원래 그래.”
그 짧은 말 안에, 우리는 아주 긴 폭력을 숨긴다.
남자들은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할 수 없게 길들여졌다.
감정을 말하는 법, 괴로움을 말하는 법, 고통을 애처롭게 꺼내는 법을
누군가 처음부터 가르쳐주지 않았다.
울면 안 된다고 하고,
약한 척하면 안 된다고 하고,
무너지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차라리 중독을 선택한다.
무너져도 되는 장소.
그 어떤 눈치도 없이,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곳.
그곳이 술이었고, 게임이었고, 도박이었다.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어쩌면 유일하게 허락된 탈출구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묻지 않는다.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그가 얼마나 오래 참고 있었는지를.
그의 눈동자가 얼마나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지를.
그 대신, 우리는 ‘망가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임을 씌운다.
“의지가 약해서 그래.”
“네가 못나서 그런 거야.”
하지만 정말 그런가?
감정을 표현하면 조롱받고,
고통을 말하면 패자 취급당하고,
상처를 인정하면 관계에서 약자가 되어버리는
이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을 닫았을 뿐이다.
남자들은 많은 경우,
감정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언어를 박탈당한 존재다.
그리고 언어를 박탈당한 이들은,
쾌락과 중독을 언어처럼 사용한다.
마치 그게 마지막 자기표현인 것처럼.
마치 그게 무너졌다는 신호인 것처럼.
나는 그들을 감싸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들을 다시 인간으로 보자는 말이다.
감정을 배제한 사회가 만들어낸 중독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묻고 무엇을 침묵해왔는가.
그 질문이,
오늘 또 무너지는 남자들의 침묵보다
조금은 더 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