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철학을 건축에 비유한다.
인식의 기둥, 윤리의 구조, 존재론의 돔과 같은 표현은
철학이 하나의 아름다운 지적 건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철학은 건축 이전에 토목이어야 한다고.
건축은 눈에 보이는 구조를 쌓아 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토목은 보이지 않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땅을 파고, 지반을 다지고,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간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사유의 토대를 다지기 전에는
아무리 아름다운 체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철학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파내는 작업이다.
왜 나는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가?
내 언어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는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가?
그 전제를 해체하지 않고,
그 깊이를 측량하지 않고,
우리는 단지 남의 건축물 위에 덧칠하는 것에 불과하다.
철학은 자신을 뚫고 내려가는 자기 굴착의 과정이며,
그 위에 세계를 세우는 일은 두 번째 작업이다.
건축은 외적 사유의 구현이고,
토목은 내면 사유의 정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생각하는 건물’이 되기를 원하면서,
그 건물이 지어질 땅의 지질조사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개념을 올리지만,
그 개념이 뿌리내릴 흙이 부실하다는 걸 모른다.
그러므로 철학은,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의 내면을 파내는 토목이어야 한다.
세계란 건축될 수 있지만,
그 세계를 지탱할 땅은 파내야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