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역설

by 신성규

나는 쉰다고 쉬는 게 아니다.

나의 뇌는 언제나 백그라운드에서 생각을 곱씹는다.

마치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내 안의 무의식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누군가에게 쉼이란 멍하니 앉아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시간이겠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아도, 어제의 문제와 오늘의 물음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무의식의 깊은 골짜기에서 이뤄지는 묵시적 연산이다.

생각의 조각들이 어제와 오늘, 내일의 경계도 없이 하나로 얽혀, 나도 모르게 또 다른 질문으로 진화한다.


어쩌면 나는 ‘생각을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무의식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이 감각은, 창의적 해결의 단서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로를 몰고 오기도 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닳아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쉰다고 쉬는 게 아니라, 쉬는 척하며 또 다른 연구를 수행하는 나 자신.

이 역설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한숨을 자아낸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쉬지 못하는가?”

아니, 어쩌면 나는 쉼을 가장한 또 다른 연구의 장치를 발명해버린 게 아닐까?


이럴 땐 문득, 저녁 해질녘에 바람이 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이 그립다.

어린 시절에는 문제와 해답이 없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법을 배웠는데, 지금의 나는 문제와 해답, 그 무한루프에 잠식당한 채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나는 오늘도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는 나의 무의식을 끄지 못한다.

그것이 나를 살게도 하고, 지치게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역설의 중심에서, 쉼의 의미를 다시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진짜 쉼이란 아마도

‘쉬어야 한다’는 명령도,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는 그 순간.

그저 존재하는 순간.

나는 아직 그 순간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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