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자들의 솔직함

by 신성규

부산이라는 도시는 늘 바닷바람이 거세다. 그 바람 속엔 짠내가 배어 있고,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에도 그 염분이 묻어나는 듯하다. 그곳 사람들은 바닷바람처럼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웃음이 나면 웃고, 화가 나면 화를 내며, 속상하면 눈물이 글썽인다. 부산의 사람들, 특히 부산 여자들은 감정에 솔직한 이 도시의 기질을 그대로 닮았다.


‘부산 여자들은 애교가 많다’는 말이 종종 들리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에 솔직하다’는 특성이 깔려 있다. 상대방이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그 담백함이 오히려 애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태도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녹인다. 그건 어쩌면 ‘내 마음이 이렇게 생겼는데, 굳이 숨길 이유가 뭐 있노’라는 부산 사람들 특유의 직설적인 정서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은 항구도시다. 물건이 오가고 사람이 몰려들며, 늘 변화와 경쟁이 치열한 곳이었다.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드러내고 부딪치는 것이 익숙했을 것이다. ‘솔직함’은 어쩌면 부산이 선택한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부산 사람들은 그래서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깝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금방 말을 트고, 속 이야기를 터놓는다. 기분이 좋으면 한껏 웃고, 화가 나면 한껏 화를 낸다. 하지만 그 감정은 길게 가지 않는다. 웃고 화내고 풀리는 것 또한 부산 사람들의 매력이다. 이는 인간관계의 ‘정(情)’을 중시하는 부산의 기질과도 맞닿아 있다. 겉으로는 거칠고 투박해 보여도, 그 안에는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함이 숨어 있다.


나는 부산 여자들에게서도 이런 솔직함을 자주 느낀다. 그들은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며 맞춰주기도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는다. 그런 모습은 상대방에게도 감정적으로 투명한 관계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부산 여자들과의 관계는 종종 덜 피곤하다. ‘이 사람이 나한테 진짜로 마음이 있는 건가?’ 같은 계산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 바닷바람처럼 직설적이고, 동시에 사람 냄새가 난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그들만의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점점 귀해지는 인간관계의 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부산이 좋다. 그 솔직함이, 바닷바람처럼 가끔은 거칠어도 결국엔 사람을 품어주는 도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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