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위해 한 발자국 #19
추석이면 외할머니의 바삭하고 고소한 녹두전이 생각나.
할머니의 고향이 이북이라 흔히 먹는 녹두전과는 달랐어.
녹두와 김치, 돼지고기를 섞어서 튀기듯 구워낸 이북식 녹두전.
가족들이 녹두전보다는 다른 전을 좋아하고
녹두전에는 손이 잘 안 가다 보니 조금만 부쳐도 되는데
손자가 좋아한다며 녹두전을 잔뜩 만들어 놓으시던 할머니.
대접으로 만둣국 세 그릇과 녹두전을 깨끗하게 비워내고
배 터져 죽겠다며 벨트와 바지 단추를 풀고 나서야
만족한 듯 흐뭇하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리운 추석이야.
요새 가끔 아들을 어머니 댁에 부탁드리고 데려올 때가 되면
배 터질 정도로 먹고 갔다며 뿌듯한 목소리로 전화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할머니의 그 따스한 웃음이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