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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키워줘서, 고마워

엄마를 웃게 하는 아이들의 마법 같은 말들

by 장서나

우리 집 첫째는 3학년, 둘째는 1학년, 막내는 5살 유치원생이다.

가끔 애들과 대화하다 보면 참 고맙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에피소드. 하나_엄마가 키우는 것들

첫째 아이가 어딘가에서 해바라기 씨앗 화분 키트를 받아왔다. 작은 화분에 물을 충분히 주고, 해바라기 씨앗 두 개를 심었더니 싹이 두 개 올라왔다. 바람이 잘 통하고 해가 잘 드는 부엌 창가에 두었더니 쑥쑥 자란다. 벌써 해 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새로운 잎들이 몇 개나 나왔다. 가끔 볼 때마다 기특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보게 된다. 어느 날, 아뿔싸! 물 주는 걸 잠시 까먹었더니 둘 다 완전히 시들어서 쪼그라들었다. 어쩌지? 급한 대로 다시 물을 주고 반양지에 두었더니, 한 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두 녀석 중에 더 큰 녀석이다. 다른 녀석은 아직 그대로다. 작은 녀석이 더 작아졌다. 마음이 아프다. 다시 부엌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제발 다시 일어서렴. 기다리는 수밖에. 얼마 뒤, 거짓말처럼 작은 녀석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렇게 기쁠 수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해바라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들도 같이 기뻐해 주었다.


"엄마는 도대체 몇 개를 키워야 하는 거니?!"


항상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받아온 것들은 결국 내가 키우게 된다. 작년엔 달팽이, 애벌레, 나비, 물고기를 키웠는데, 올해는 식물이다. 식목일에 막내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산세베리아 화분도 결국 내 몫이다.



괜스레 투정을 부리는 내 말에 첫째 아이가 대답한다.

"그러게, 엄마. 화분 둘에 우리 셋까지 다섯을 키워야 하네~!"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이 한마디 거든다.

"아니야, 언니. 여섯이야, 여섯!"

"엥? 무슨 소리야. 아빠도 키우냐?"

"아니! 엄마 자신도 키워야지~!"


띵~!

둘째 아이의 말에 "맞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엄마가 평상시에 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느끼고 있었던 거다. 엄마 자신도 스스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는 걸.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의 모든 걸 보고 있다. 나의 말과 행동만 듣고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 기분, 심리까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세 아이 엄마인 나는 오늘도 성장하고 싶다. 아니, 성장해야만 한다. 백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엄마의 삶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이 배우리라. 때로는 그래서 '엄마'의 자리가 십자가처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아이들 덕분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에피소드. 둘_엄마 예뻐!

나는 남동생만 있다. 어릴 적부터 사이가 좋아 둘이 잘 붙어 다녔지만,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항상 부러웠다.

우리 아이들 셋을 보면 더더욱 자매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진다. 같이 투덕거리고 싸우는 게 일상이지만, 서로 챙기고 돌보며 같이 노는 모습을 보면 내 딸들이지만 부러운 마음이 든다. 딸들이라서 그런지 엄마의 외모에 관심이 많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조금 신경 써서 머리도 단정하게 옷도 깔끔하게 입으면 엄마 이쁘다며 칭찬 일색이다. 어떤 날에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엄마 오늘 이 옷에 머리 묶는 게 나아, 푸는 게 나아? 안경 벗는 게 나아, 쓰는 게 나아?"

첫째 둘째 아이들은 나름 각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 와중에 막내의 대답이 제법 길다.

"엄마! 엄마는 머리 묶어도 예쁘고, 풀러도 이쁘고, 안경 써도 이쁘고, 안경 벗어도 이뻐!"

(진짜 이렇게 말했다!)

쪼그만 입으로 어떻게 저런 말을!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은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정말?! 고마워~!!!"

진심이다. 진짜 진심.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 이게 아이 키우는 맛이구나!



어느 날엔 첫째 아이가 자꾸만 나를 보며 물어보는 거다.

"엄마! 오늘 화장했어?"

"아니, 입술만 발랐는데?!"

몇 번씩이나 자꾸 물어보길래 왜 그런가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날 아침 눈썹을 좀 신경 써서 다듬었던 기억이 났다. 눈썹이 잘 다듬어져서 눈썹이 맘에 쏙 들게 잘 그려져 기분이 좋았었는데, 첫째 아이가 그걸 알아본 거다. 뭔가 달라졌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자꾸만 화장했냐고 물어본 거였다. 머리를 파마하고 염색하고 단발로 자르고 와도 모르는 신랑들도 있다던데. 나는 나한테 관심 가져주는 게 참 좋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이뻐해 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서글퍼진다.

아이들과 다니면 어르신들이 종종 "지금이 제일 이쁠 때예요~!"라고 하신다. 감사하기도 한데 그 말이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조금 지나면 지금처럼 안 이뻐요. 속 썩일 거예요. 각오하세요."



내가 그러했듯, 우리 아이들도 변할 것이다. 그건 당연하다. 아이들이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변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때론 걱정이 되고 두렵기도 하다. 어르신들의 애정이 어린 경고처럼 '각오' 해야 할까? 그러면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좀 수월할까?


아이들이 어떻게 변하든, 얼마나 변하든 내 아이들을 믿어줄 수 있길.

아이들 마음속에 심긴 씨앗이 자라서 어떤 꽃을 피워내더라도

그것이 우리 아이의 모습이기에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 주길.

다른 사람에게는 달리 행동하더라도 엄마인 나에게만은 가끔 투정 부려주길.

그때의 내가 가만히 그 마음을 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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