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이가 아프다고 학교에서 전화 온 날

오늘도 감사함으로

오전 9시 44분.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아이가 전화가 오면 덜컥 걱정부터 밀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배가 아프다고 한다.

 "많이 아파? 보건실에서 좀 누워있어."

 평소에도 배가 자주 아파서 보건실에 자주 가는 터라, 일단 보건실에서 쉬어보라고 달래 본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아프단다. 어쩔 수 없이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조퇴를 했다.

 

 학교 앞 사거리, 신호등을 기다리는 아이가 보인다. 초록불이 켜지고 아이가 다가오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인다. 덜 아파서 괜찮으면 다행인 건데, 마냥 기분이 좋기만 하지 않다.

 "괜찮아? 많이 아파?"

 "많이 아팠다가 괜찮았다가 또 아프고 그래."

 뭘까. 아프다는 건가 괜찮다는 건가. 어렵다. 어쨌든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다녀왔다.

 

 

 이 이야기는 매우 싱겁게 끝난다.

 다른 증상도 없고, 배에 가스가 찬 것도 아니다. 그냥 '위장운동촉진제' 이틀 치를 처방받아 집에 왔다.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먹고 싶다는 닭고기와 버섯수프를 사 왔다. 집에 오자마자 버섯수프를 덥혀주니 맛있게 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많이 부모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너 진짜 아픈 거 맞아? 꾀병 아니야? 야, 학생이 학교를 가야지. 너 별로 아프지도 않으면서 땡땡이치려고 아프다고 한 거지? 다음에 또 이러면 안 된다! 너 별로 아프지도 않네. 엄마 보자마자 계속 웃고 있잖아, 너."

나도 이 말들을 안 하기 위해 엄청 참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많이 안 아파서 다행이네. 병원 와서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 됐고. 지금은 친구들도 다들 공부하고 있는 시간이니까, 우리도 집에 가서 쉬면서 책을 읽거나 하자."

 많이 아프지 않아서 다행인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일단 웃으며 감사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다음에 또 배 아프면 보건실에서 일단 누워서 좀 쉬어봐, 응?"

 "보건실에서 누워 있기 싫어."

 "왜?"

 "보건실 침대 너무 딱딱해. 허리 아파. 너무 좁아."

 아휴. 이 공주님을 누가 말리냐. 어렵다, 어려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