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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안하시길 19

걱정 덜어 드리자고요.

by 빛나다

"식당에 J가 못 찾아올까 봐 걱정이야"


시어머니 생신 겸 어버이날을 보내기 위해 한정식집을 알아보고 어머니에게 그날 일정을 전화 통화로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그 식당은 처음 가보는 거라며 기대된다 하시더니 독립한 아가씨가 혼자 운전하며 오는 것이 신경 쓰인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아버지(어머니 옆)와 남편(내 옆)이


"걱정하지 마(세요)"


입을 맞추듯 목소리를 내었다. 나 또한 서른이 넘은 아가씨를 떠올리며 뭘 그런 것까지 염려하실까 싶었지만 엄마니까 그런 거지 하는 마음에 주소와 지도 모두 보냈으니 잘 찾아올 것이라 하고 통화를 마쳤다.


"우리 엄마 걱정 많으시지?"


남편은 예전부터 어머니가 괜한 걱정을 많이 하신다며 이제는 마음 편히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끔 나도 어머니의 '마음 쓰임'이 깊고 넓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거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어머니 마음을 안심시켜 드리는 게 우선 아닐까? 걱정을 하신다는 게 무슨 뜻이야? 잘 알지 못하니까, 말해주지 않으니까 이 생각 저 생각 들면서 걱정이 생기는 거지. 아버지도 당신도 아가씨도 과묵한 거 아는데 그래도 어머니한테는 말 좀 해줘. 지금 어떤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머니는 쾌활한 성격을 타고나셨고, 사람들을 좋아하며 낯선 뭐든 것에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분이다. 반면에 아버지와 남편, 아가씨는 고지식한 면이 있고, 말수가 적으며 경계심도 더러 있다.(이건 흉이 아니다. 어머니와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성향을 말했을 뿐...) 그리고 빈말, 농담을 잘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 오랜 세월 어머니는 말없는 가족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 얼굴 표정, 짧은 대화와 행동을 통해 분위기 퍼즐을 맞춰가며 대화를 이어나갔을 것이다. 혹여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상해할까 또는 어머니가 역으로 상처를 받을까 조심하였을 것이다. 그 조심성이 근심, 걱정으로 표현되어 다른 가족들에겐 괜한 걱정으로 보였을 것이다.


전화 통화나 대화를 좀 늘려 안부를 묻고, 자신의 근황을 얘기하면 어머니의 '마음 쓰임' 자리는 더 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작은 소견을 이참에 내놓아본다. 말만 많고 농담을 좋아하는 며느리보다 당신 자식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전보다 더 편안하게 가족을 대하실 수 있지 않나 싶다.


"여보~ 내가 의사소통 중간책을 그만두려는 게 절대 아니야~~ 오해는 하지 마~"


75세 엄마와 45세 딸의 현실 대화


"엄마 뭐 하슈? 내일 가도 되남?"


"왜? 꼭 와야 돼?"


"YS(엄마 이름)씨 보고 싶어서"


"... "


"왜 뜸 들이는 거지? 뭐 일 있어?"


"엄마 내일 바빠. 친구들하고 고기 먹으러 가기로 했어. 더 할 말 없지? 끊는다."


뚜, 뚜, 뚜


나 삐뚤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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