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함께 바라본다.

by 빛나다

아침엔 쌀쌀해도 11시 넘어서는 꽤 봄날이 깃든 햇살에, 벤치에 앉아 아까 사둔 따뜻한 캔커피 하나씩 들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

나는 요즘 토요일의 그 시간에 친정엄마와 함께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뇨와 심장병으로 30년 가까이 약을 복용하고 있고, 대상포진이 이마에서 왼쪽 눈으로 내려와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된 엄마는 요즘 부쩍 입맛이 없어지고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며 근육까지 모두 사라져 굉장히 마른 상태인데 못난 딸은 주말에만 찾아와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는 것밖에 하는 게 없다.


"엄마 00이네 식당은 갈치조림이 제일 맛있는 거 같아. 그치?"


햇살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엄마의 회색빛이 도는 눈동자는 마음 한켠을 시리게 한다.


"나는 갈치보다 함께 나오는 무가 맛있어. 나는 그것만 먹었잖아."


"그니까. 나만 갈치 다 먹었어. 미안하게"


"뭘 미안해 잘 먹었으면 됐지. 나도 아주 잘 먹었어"


손에 쥐고 있는 캔커피를 조심스럽게 입으로 갖다 대시는 엄마의 옆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나는 손을 뻗어 바람에 힘없이 날리는 엄마의 머리칼을 정돈한다. 엄마는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엄마 손을 잡고 웃고 있는 아이, 다정한 연인들, 솜사탕을 만들어 파는 상인.


엄마는 무슨 생각이 드는 걸까? 그들을 통해 어떤 기억이나 추억을 떠올리는 건 아닐까?

아니면 엄마가 바라보는 건 사람들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을 느끼며 정적에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굳이 묻지 않는다. 따뜻한 햇살 아래 엄마는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괜히 그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나도 엄마와 같이 캔커피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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