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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이Noni Jun 27. 2022

그 얼굴로 어떻게 시집가려고? 현미를 먹어봐

현미로 박멸한 여드름, 그리고 열 살 어린 호주 연하남과의 연애 시작

나이 서른이 넘어 진달래처럼 울긋불긋 피어난 여드름은 셀 수 없을 만큼 말도 못 하게 솟아나 나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로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아이고 많이 달고 오셨네요~"

아직도 기억나는 피부과 선생님의 첫인사이다.


강남 피부과는 물론이며,

종로에서 용하다는 침선생님께 대침도 맞고(손등, 발등을 뚫고 두 시간 누워있던 무시무시한 침),

천연 화장품으로 바꾸고 여드름에 좋다는 건 다 해봤지만 잠시만 효과가 있었을 뿐 내 피부는 여전히

공룡 피부처럼 거칠고, 오이가 형님으로 모시기 딱 좋았던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다 떠나게 된 호주에서 그림을 팔러 뉴질랜드에 잠시 머물게 돼 사촌언니 집에서 며칠간 신세 지고 있을 때, 사촌언니의 지인이 놀러 와 함께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데, 굉장히 솔직하고 기센 스타일인 그 중년의 지인이 갑자기 던진 말은 내 심장을 무참히 폭격했다.


"아니, 10대도 아니고 서른이 넘어서 여드름이 웬 말이야? 피부가 그래 가지고 어떤 남자가 데려가겠어? 응? 그 얼굴로 어떻게 시집갈 거야~?"


충격적인 팩폭에 원치 않던 한국식 오지랖 한 바가지였다. 살찐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하는 게 실례이듯, 그 말은 빨강머리 앤보다 감수성 예민한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예민한 감성을 지녔으면서 곰 같은 면모도 지닌 나는 충격을 받으면 뇌 속 사고 회로가 멈춰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중에야 애꿎은 이불만 발로 차는 할 말 못 하고 사는 인간이라 그 말을 듣고 역시 머릿속이 하얘졌었다. 동공에 지진이 나고 쇼크를 받건 말건 그 여인, 계속해서 내게 따발총을 쏘아대다 조언을 남겨줬다.


"여드름이 너무 심하니까 나아지는 방법을 알려줄게. 현미를 먹어. 매끼마다. 흰쌀밥 말고 현미. 그게 모든 병을 고친다고 MBC 다큐멘터리에 나왔는데 별별 병을 다 고치더라고. 밤에 많이 먹고 자도 되고, 양껏 먹으라 하더라고. 현미가 그렇게 몸에 좋대. 여드름도 속이 안 좋아서 나는 거야."


충격적인 얼굴 평가에도 불구하고 귀가 얇은, 좋은 말로 개방성이 높은 open mind인 난 호주로 돌아간 직후 바로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현미 Brown Rice를 찾아 구입해 물에 불려서 밥을 지어먹기 시작했다. 여드름에 좋다는 건 다 해봤던 나이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정성 들여 현미밥을 지었다. 늘 윤기 좌르르 흐르는 쌀밥만 고집하던 내가 까끌거리는 현미를 씹어 먹으며 이놈의 웬수같은 여드름을 몽땅 박멸하겠다며 전의에 불타올랐다.  


그렇게 현미를 먹은 바로 직후 신기하게도 변비는 사라지고 매일 쾌변을 보기 시작하며 속이 가뿐해지는 게 아닌가? 화장실 가는 게 늘 일이었던 난 쾌변으로 새로운 세상과 만나 일상이 즐거워졌고 다니던 어학원과 알바하는 곳에도 현미밥과 조촐한 반찬을 싸가지고 먹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한국이 아니었기에 반찬은 한인마트에서 사 온 김치, 오징어젓갈, 달걀부침, 김 또는 직접 무친 나물류와 생채소 등으로 간단한 밑반찬이었고 완전 채식도 아닌, 그저 소박한 밥상이었다. 호주는 고기가 저렴하고 맛이 좋아 종종 고기도 구워 먹거나 찌개나 국에 넣어 먹었다. 그땐 채식에 큰 관심이 없었고(달나라 이야기처럼 채식은 내게 먼 그대였다) 그저 현미만을 신봉하며 백미만 외면했을 뿐인데 한 두 달이 지나자 여드름이 점점 줄어들더니 현미를 먹기 시작한 서너 달 즈음엔 수백 개 나던 게 수십 개로 줄고,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남자의 극장 데이트 신청도 받아줄 정도로 외모에 자신이 생겼다.


현미밥을 먹은 지 6개월이 되자 여드름 고민은 사라져 가고 있었고, 그로부터 반년 후 나를 징그럽게 쫓아다니던 10살 어린 호주 남자와 연애도 시작하게 되었다(헤어진 지 7년이 넘은 작년까지 만나자며 연락이 왔던 그에게 하도 지겨워서 급전 천만 원만 땡겨달라고 했더니 이젠 연락이 없다).


실로 놀라웠다. 의사들이 혀를 끌끌 찰 정도로 보기 심각했던 만신창이 멍게 피부가 현미밥을 꾸준히 먹고 이렇게 좋아지다니! 만병통치약이란 말이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중국 <황제내경>에 의하면 현미는 유일한 완전식품이다. 현미는 음양오행의 기운을 조화롭게 갖추고 있어 누구에게나 주식이 될 수 있다. 피를 맑게 해주는 현미는 당뇨병, 비만, 고혈압, 만성신부전증, 변비, 만성두통, 무좀, 협심증, 과지혈증, 통풍등의 성인병을 해결해준다.
                                                                            -베지닥터 저 "채식이 답이다"에서



이렇게 큰 효과를 보고 나니 내게 현미를 먹으라고 강력히 권해주셨던 그분이 은인처럼 여겨진다. 듣기 좋은 조언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분 아니었으면 난 지금도 분명 여드름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2009년부터 십 년이 넘도록 현미와 함께 한 내 식생활은 현재 모든 육식과 가공식품,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는 순수 자연식물식으로 진화되었고 채식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고 기운이 넘치는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살고 있어 감사할 뿐이다.



“Nothing will benefit human health and increase the chances for survival of life on Earth as much as the evolution to a vegetarian diet.”
Vegetarian food leaves a deep impression on our nature. If the whole  world adopts vegetarianism, it can change the destiny of humankind.”  
                                                                                                                 -Albert Einstein

"채식주의 식단보다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고 지구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은 없다. 채식은 우리의 본성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 세계가 채식주의를 채택하면 인류의 운명은 바뀔 수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웃의 형편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을 넘어 인류애로 관심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래야 품격 높은 삶이 되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곡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 사람이 먹을 곡식으로 소, 돼지, 닭을 길러 먹으면 한 사람의 먹을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이 고기를 먹으면 아홉 사람이 굶게 된다. 이 지구에는 매일 4만여 명이 굶어 죽고 있다. 이런 이들을 생각하면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된다. 완전 채식을 하면 축산이나 양어(양식)로 인한 수질오염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기후 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지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동물성 식품을 먹을 수가 없다.

인간은 평등을 희구한다. 먹는 것에도 공평해야 한다. 불공평하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하면 공평해질 수는 있으나 육식을 하면서 공평해지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많은 고기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료가 없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자신을 위해, 이웃을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다.                                                                   
                                                               -베지닥터 황성수 "채식이 답이다"에서
Brown rice is nice. 쌀과 카라꽃 리스. 폐지위에 오일파스텔. 노니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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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nonichoi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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