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운동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2년 전부터 매일 걷기는 했어도 운동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걷는 게 마냥 좋았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걸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 늦기 전에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핑곗거리가 많았다. 책을 읽어야 했고, 글을 써야 했고, 영화를 봐야 했고, 일을 해야겠기에 운동에 내줄 시간이 없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몸을 움직이는 게 싫었고, 누가 내 몸에 가까이 다가오거나 손을 대는 게 싫었다. 그러다 작년 12월 말 P가 직장 동료들이 다니는 필라테스 센터를 알아 와 같이 다니겠냐고 물었을 때 무엇에 홀린 듯 그러겠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매일 걸으면서 운동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 300미터 거리에 있는 센터였다. 상담을 받고 나란히 50회 회원권을 결제했다.
새해와 함께 필라테스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었다. 용어도, 동작도, 레깅스도, 양말도 생소하기만 했다. 금요일 오후 6시, 다음 주 수업 일정이 앱에 열리면 P와 함께 신중히 예약 버튼을 누른다. 퇴근하고 가야 하니까 주로 저녁 7시 운동을 하게 되고, 때로 토요일에도 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녁 7시에 어딘가 등록해서 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일이 항상 밀려 있었기에 주중엔 야근이 잦았고, 주말에도 나가서 일을 했다. 그런 일상을 당연하게 수용하고 살았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을 내가 한다는 생각에 별로 억울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내가 나에게 세뇌되어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일만 하고 살았다. 원래도 튼튼하지 않은 눈과 몸이 일에 파묻혀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내 몸과 뇌는 노화를 맞이하고 있다.
어떤 강사는 평생 운동하지 않은 몸을 금세 알아보았다. “회원님은 허리가 무너져 있으세요. 근력보다 허리가 더 급해요”라며 나를 절망의 늪에 빠트렸다가 “6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하면 좋아질 거예요”라며 희망의 불씨를 지피게 했다. 내 몸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첫술에 배부를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연말과 연초에 현직 트레이너가 쓴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나를 위한 소중한 조언이 들어 있었다. 일단은 되는 만큼 하는 게 먼저라고, 운동 습관이 생기기 전까지는 되는 만큼만 하라고. 그 책을 읽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 마음이 통한 건지 요즘엔 그런대로 버텨 내는 동작이 하나둘 늘고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이가 나의 운동을 반기고 있다. 필라테스 센터에 나를 등록시킨 셈이나 마찬가지인 P는 우리 집에서 영웅이 되었다. 평생의 은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열다섯 살 어린 후배 Y는 나와 운동을 소재로 대화를 나눌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마음 잘 고쳐먹었다고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P도 Y도, 그간 나보다 더 내가 운동하길 원했던 모든 분이 고맙다. 조금씩 유연해지고 튼튼해지는 것으로 응원과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
갈비뼈를 하늘로 올리거나 꼬리뼈를 뒷사람에게 찌르는 것, 배꼽을 안으로 동그랗게 마는 것, 오리 엉덩이를 만드는 것 등등 내가 제대로 하는지 모를 동작이 아직 많다. 선생님과 옆 사람을 따라 한다. 운동과 담쌓고 지낸 지난한 세월만큼 나는 아직 내 몸을 잘 모른다. 운동을 하면서 안 쓰던 근육들이 조금씩 움직여지고 있다. 이제라도 내 몸을 자주 들여다보고 움직여 보면서 내 몸과 친해지려 한다. 발가락이 숭숭 보이는 양말도, 엉덩이 모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잠자던 내 몸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린다.
* 박정은,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샘터,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