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잔에 커피를 따르고 우유를 붓는다. 설탕을 넣고 커피를 젓는다.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한 대 피운다. 그러곤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빗속으로 떠나버렸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 「아침 식사」의 장면이다. 그와 내가 어떤 사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이 식은 것일 수도 있고, 나만 그를 알고 마음을 끓이는 중일 수도 있다. 그가 나를 모르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 며칠째 눈여겨보던 이가 커피 한 잔 잘 마시고 제 갈 길 갔다고 생각하련다.
이곳은 아마도 파리의 한 카페일 것이다. 그는 내일도 이 카페에 와서 오늘과 똑같이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떠날 것이다. 시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제목이 「아침 식사」인 이상 그는 빵도 한 조각 먹었을 것이다. 빵은 크루아상일 수도, 버터 바른 바게트를 뜻하는 타르틴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것이 타르틴이었길 바란다. 우유를 넣은 커피와 함께 먹는 타르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식사 메뉴이기 때문이다.
파리의 카페는 7시 30분경부터 문을 열어 놓고 아침 식사나 커피 한 잔을 원하는 손님을 맞는다. 어둑발 속에서도 상쾌함을 숨기지 못하는 새벽 공기를 쐬며 차분하게 빛을 흩뿌리고 있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카페 안은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포크와 나이프를 정리하고 컵을 닦다가 아침의 손님을 맞이한다. 내가 앉은 테이블 대각선 방향에 어느덧 손님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다. 남녀가 마주 보고 앉아 조용히 나누는 대화가 내 귓가에 맴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책에 관한 대화인 건 알 수 있다. 여성의 손에 책 한 권이 들려 있고, 여성이 책과 앞에 앉은 남성을 번갈아 보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목이 참 좋았어. 한번 들어봐.” 잘 들리지 않는 그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하면서 타르틴을 먹는다.
어느 날, 공항에 늦지 않게 가려면 바로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데 문을 연 카페가 없어서 야외 테이블을 정리하는 분께 다가가 몇 시에 문을 여냐고 물어보았다. 여의찮으면 아침 식사를 포기하려고 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되묻는다. 아침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몇 시에 문을 여는지 답은 안 하고 바로 카페 안으로 데려가 앉을 테이블을 안내하고 메뉴를 가져다주었다. 타르틴과 커피를 주문했다. 음식을 준비해 주곤 바로 밖으로 나가 야외 테이블을 마저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곤 다시 돌아와서 식사가 괜찮냐고 묻는다. 나는 내친김에 사실은 어제 점심에도 여기서 식사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냐고, 그때도 자신이 서빙을 보았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그땐 다른 분이 담당했다고 답한다. 그렇구나, 하고 웃는다. 어느새 창가 테이블에 한 남성이 앉아 밝아지기 시작하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평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커피에 설탕을 넣고 젓는다. 그가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길 바라며, 그보다 먼저 일어나서 카페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