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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Nov 07. 2017

클라라 선생님과의 만남

"다시"가 아니라 "새로"

     터치, 톤, 노래, 감정... 음악을 한다고 하면서도 생소했던 말들. 지난 달 클라라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인터넷 서칭 중 블로그를 통해 선생님의 글을 읽게되고 며칠을 흠모하며 글을 읽다 용기를 내어 연락드려 보았는데 흔쾌히 연락을 주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연히 글을 읽고 이웃이 되었습니다.저는 바흐를 좋아하는데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재미있게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대로 하려면 배우고 익힐 것이 많은 것 같아요. 한 번 선생님 뵙고 레슨 받을 수 있을까요?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ㅡ."

    다행히 쪽지를 보시고 바로 그 주에 만나뵈었고 긴 연휴를 보낸 이후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음악가들 중에서도 특히 바흐의 곡에 끌리는데 그래서 인벤션을 사서 혼자 연습해보기도 하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사서 연습해보고 평균율과 안나막달레나를 위한 소품집 도 구해두었었다. 학교의 커리큘럼 상 현재의 학교 레슨 선생님께는 바흐의 곡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혼자 악보를 보던 중이었는데, 클라라 선생님의 블로그 글 중에서 바흐에 대한 글과 바흐의 작품들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읽고 배우고자하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선생님을 만난 이후 짐짓 무언가 있어보이던 나 스스로 하나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엊그제 내 오랜 기타 선생님을 떠올리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피아노 치는 법을 "다시" 가 아닌 "새로" 배우는 마음으로 시작해야했다.

   터치와 톤에 대해 듣고, 노래하듯 연주하여야함을 알게되고, 두 손가락 연결, 세 손가락 연결, 박자와 음정, 한 음 한 음 소리를 내는 것과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배우며, 오래 전 신선생님께 기타를 처음 배우던 때가 떠올랐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어제는 밤중에 깨어 내가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 음악을 오래도록 배우고자 하고, 아이들에게는 초심자의 열정으로 가르치며 음악 전반에 대해 즐겁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어른들에게는 오랜 소망을 가꾸어가는데 도움을 드리고싶은 마음으로 시작하였는데, 나 스스로에게도, 음악을 잘 모르는 내게 음악을 배우는 수강생에게도 정직하고 진실한가 스스로 반문하게 되었다. 교회에서는 타이틀만을 보지 않으셨기에 시작하는 문화센터에 강사를 부탁하셨고 1년이 되어가는 지금 수강생은 전과 다름없이 계속 오고있지만, 나 스스로 계속해도 되는지 반문하게 되었다.

   내 위치를 스스로 마주대하는 것은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학교레슨을 받으면서 듣지 못했던, 클라라 선생님만이 하실 수 있는 지도편달[■指(가르킬 지), 導(이끌 도)=어떤 목적이나 방향에 따라 가르치어 이끈다는 뜻이다.■鞭(채찍 편), 撻(매질할 달)=鞭(편)은 가죽 혁(革)과 편리할 편(便)의 합성자다.말이나 소에 채찍질을 가하여 사람에게 편리하도록 부리다의 뜻에서 가죽 채찍, 채찍질하다의 뜻을 나타낸다.撻(달)은 손 수(手)와 이를 달(達)의 합성자다.]로 내 스스로 대 각성을 한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은 그만큼 큰 좌절도 경험한 것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작은 좌절은 작은 성취를 이루고 큰 좌절은 큰 성취를 이룬리라며 수학공식처럼 세상일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좌절하지 않으면 발전의 기회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선생님과의 레슨은 한시간 반에 걸쳐 이어진다. 이 시간은 온전히 녹음을 해둔다. 혼자 연습하면 그 느낌을 잊기 쉬운데 그 느낌을 잊지 않고 되새기며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이다.

   60대이시지만 40대로 보이실 정도로 고운 미모의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다.

   "손등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소리야.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도 안되고. 발레하는 사람이 찌그러져 걷지 않듯이. 그리고 음악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자존심이 있어야 해. 해적판 안 쓴다. 카피본 안 쓴다. 남이 치는 것 들으면서 치지 않는다. 오로지 악보만 보며 룰대로 내가 배운 것을 적용시켜 작곡자가 원하는대로 그 시대의 양식대로 친다. 거기에 내 이미지, 내 톤을 입히는 것이지. 피아노 치는 사람마다 같은 악기를 두고도 그 소리가 다 다른데, 그것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니, 다른 유명 피아니스트가 치는 것을 듣고 똑같이 그 스타일대로 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우선 테크닉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절뚝거리며 치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 그러다가 금방 50살 되고 60살 되고, 내가 죽을 때가 되어 나타나서 내게 그럴거야. "그 때 선생님 말씀 들을걸..." "

"연주할 때 자기의 주장,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틀을 깨는 것도 안되는 것이고.."

"본인은 정통 클래식을 배우러 온 거야. 내 말을 듣고 열심히 잘 따라오면 무한히 발전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어떻게 가르쳐야겠다는 커리큘럼도 서있으니 그대로 잘 해보자구.."

  

     채찍질도 하시고 용기도 주시는 선생님. 이 갈림길에서 갈등할 내 모습도 훤히 꿰고 계신 선생님 말씀에 다시금 마음을 고치고 용기를 얻는다. 초보자나 다름없이 배우게될 나를 이끌어주실 선생님께서도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아니,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 받는 레슨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제대로 배워 와서 매일 들으며 연습하겠다고.

  또  일천한 음악공부와 경험의 일을 글로 기록하였을 때 읽어주는 분들, 번듯한 타이틀 없는 나와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자 오시는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50이 되고 60이 되어서는 지금 이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한 결심을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는 날을 만나게 되기를. 20년 전 기타를 시작하던 그 때의 성급한 포기를 기억하며, 20년 후에 만나게 될 내 모습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기를. 그 때가 되어 클라라 선생님과 올해 9월의 첫 만남과 첫 한 달 레슨 때의 일들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해본다.

    음악을 해도, 안해도 20년은 똑같이 흘러갈 터이니, 조금만 더 내 스스로를  담금질해보기로 결심해본다. 지금은 까마득하지만 20년 후, 2037넌 11월, 그 날의 나를 만나게 되면 오늘 이 결심 잘 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칭찬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소중히 보내고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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