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인생을 담아낼 수 있을까?
만화를 읽음으로, 우리는 자랄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만화만 읽음으로.
내게는 연애를 마친 후 항상 달려오는 친구가 있다.
내가 알기로 친구의 대략 열 번째 애인을 차고난 직후, 언제나처럼 약 다섯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그 친구에게 일본작가의 '결혼식 전날' 이라는 책을 권해주었다.
일주일 뒤 친구는 내게 그 책을 돌려주며 샐쭉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책 중의 한 단편을 가리키며 말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 먼저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면 돼."
<결혼식 전날> 중 "10월의 모형 정원"
언제나 즐겁게 이야기 들어주던 내게 띵하니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고 했고 내가 밉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자신의 연애를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회사 노조선거에 출마하는 차장님께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을 권해드렸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조카에게 네이버웹툰 "가우스전자"을 권해주었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이 힘들다는 직장후배에게 많은 말 대신 "미생"에 나오는 선차장 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학습만화를 읽는 초등생들에게만 만화가 필요한 게 아니다,
삶의 어려운 순간마다 당신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만화가 있다는 걸 당신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보석같은 만화들로 당신은 자라고, 치유받을 수 있다는 걸 친구에게 말하듯 전해주고 싶다.
어린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함께해오며 꿈을 키워왔고, 만화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따뜻한 마음으로 전해주는 만화처방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께 힘이 되고 치유와 성장의 시간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