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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May 01. 2018

눈이 점점 나빠진다

책을 읽어야하는데..

   모처럼 친구와 전화통화를 나누다 "10년 만 어렸어도 "라는 아쉬움 짙은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느덧 마흔 중반이다. 10년 전, 그 때는 이 나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서른 넷. 아직 20대가 지난 지 얼마 안된 것 같았고 노후는 멀게 느껴졌다. 연금을 가입했다가 곧 해지하고는 새 차를 사고, 걸어둘 자리도 없이 매주 옷을 사는 등 낭비에 낭비를 거듭하던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간혹 언니들에게 듣기는 했다.


" 마흔이 되면 눈이 좀 침침해질거야. 마흔 중반이 되면 나물이 맛있어진단다. "

    

  어느덧 마흔 중반.. 올해 부쩍 눈이 나빠졌다.



   집에는 원서가 몇 권 있는데, 번역본을 읽고 너무 좋아 원서를 구입해 둔 것이다. 마음에 남는 책 몇몇 권은 다시 읽어보겠노라며 교보 광화문에 가서 주문해서라도 원서를 구해두었다. 느낌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에 언젠가는 읽어볼 것이라고..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다가 차곡차곡 책이 쌓였다.


    이 책 《스토너》 도 그 책 중 한 권이다. 2년 전에 읽은 책. 서점에서의 광고를 보고 집어들은건지 기억이 안 나지만 가끔 허무맹랑한 광고같이 여겨지는 문구가 사실일 때도 종종 있어왔기에  -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 를 '성서에 비견할만한 책'이라고 광고했던, 다 읽고나니 그 표현이 이해되었던 기억 - 기대를 걸고 샀던 것 같다. 책날개에 소설가 이언 매큐언 왈, '아름답다, 문학을 사랑해온 이들에게도 이 소설은 믿기 힘든 발견이다' 라고 적혀있었다. 당시는 이언 매큐언이 누군지도 몰랐던 때이지만 소설이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참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에 남는 느낌은 각자의 것이지만 그런 표현은 아무렇게나 나오는 게 아니니 대개는 읽는 이에게 비슷하게 다가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이 책의 번역본을 한 권 더 사두고 이북도 다운받아두고 급기야 원서도 구해두었다. (나중에서야 그다지 책을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책을 좋아할듯한 지인에게 선물도 했다.


   엊그제 읽었던 것 같은데 책을 다시 펼쳐보니 책을 산 지 2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그 사이 나는 마흔 중반이 되어있고 요즈음 부쩍 눈이 침침해짐을 느낀다.

  

    이 책이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되었던 책이라는 것을 알고, 또 한동안 영풍문고에 이동진의 빨간책방 소개서적 코너가 있어서 그가 읽어야한다는 책 리스트도 구입해두니 마음은 한없이 풍요롭고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 숙제를 한아름 쟁여둔 기분으로 책들을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이 책 《스토너》 원서까지 꺼내어본다.


   여운이 짙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책 두 권 중 한 권. 다음 글을 쓰기 전까지 이 원서를 일독해보기로 다짐해본다. 눈이 더 침침해지기 전에 언젠가 읽겠노라던 다짐 한 권씩 한 권씩 지켜가 보련다.


  P.S.  눈건강과 피아노(부제: 기도가 되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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