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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Jun 26. 2018

신해철을 추억하며

아침 출근길, 그의 목소리를 듣다가

   왈칵 눈물이 나왔다.


  출근길,  벅스에서 듣는 요즘 나의 플레이 리스트 중 신해철의 노래를 보니 세 개가 있다.  <아가에게>, <민물장어의 꿈> 그리고 <날아라 병아리> 라는 곡이다.  


  어쩌다보니 리스트에는 그의 곡 중에서도 탄생과 죽음에 대해 말한 곡들만 담겨져있는데, <아가에게>는 학생 때 음악을 하던 친구가 노래방에서 불러줘서 알게 된 곡이고, <날아라 병아리> 는 스무살 때부터 들어오기도 하여 익숙한 곡이면서, 다음웹툰 <If thou must love me>를 읽은 후로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첫 장면에 나왔던 성장한 닭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신해철, 내 기억 속의 그를 잠시 추억해보자면...
   첫번째로 인상깊은 장면은, "그대에게" 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했던 그의  수상소감이다.  그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가진 엄마가 된 지금은 이 수상소감이 무척 짠하게 다가온다.
   그가 사회자의 물음에 대답하는 현재 심경이,   "엄마가 보고 싶어요" 라니...

   대상을 수상한 후의 벅찬 심경으로 엄마가 보고싶다 고 말하는 아들, 생각하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두번째 장면은 노래방, 대학 2학년 때 음악울 하던 친구 도훈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처음 들었던 넥스트의 곡들에 대한 추억이다. 이 때에 나는 처음으로 <아가에게> 와 <70년대에 바침> 이라는 곡을 알게되었다.


   신해철은 삶의 성장과 생각을 반복하며 주옥같은 가사와 멜로디의 곡을 써내려갔다. <그대에게> <도시인> <나에게 쓰는 편지> <아버지와 나> 등은 지금 들어도 주옥같은 가사에 유행을 타지 않는 신선한 멜로디들이다.  


    그의 죽음을 접했을 때는 <민물장어의 꿈>에  뒤늦게 한창 매료되어 있을 때였다. 귀여운 두 아이들과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하는 삶 가운데에 있던 그, 그는 이 곡에서 좁은 문을 이야기하고 죽음조차 말하고 있었는데, 결국 미련없이 이 생을 떠나 가버렸다. 그의 죽음은 진짜일까 싶을 정도로 아이러니하고 어이없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속에서는 가끔 유명을 달리한 유명인들의 삶을 아주 간단한 한두줄로 표현할 때가 있는데, 마치 그 몇 줄처럼 그는 추호의 미련없이 이 곳에서의 삶을 끝내버렸다.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에서처럼 말이다.


   요즘에서야 생각하게 된 이분법적인 삶.. 어쩌면 그는 철저히 이분법적 인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하여 그에게는 이 생이 아주 많이 힘든 것은 아니었을런지 짐작해본다.

   사랑하는 아내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구도자의 길을 말하는 듯한 <민물장어의 꿈>을 썼던 신해철. 현실의 모습은 누구나처럼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나, 자신의 내면은 끊임없이 이분법적인 삶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런 평범한 삶의 세계는 그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삶은 아니었을까.  

      그는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삶을 즐기고 활용하며 돈을 벌어들이기 보다,  늘 세상을 바라보고, 바라보며 느낀 것들을 글과 음악으로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오늘도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내게는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목소리, 가만히 듣다가 이제는 더 이상 그가 우리 곁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면 왈칵 눈물을 쏟게 하는 목소리이다.

      하늘에 간 그가 하늘에서도 그 곳을 환히 밝히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다가 지루하고 심심해지면 다시 이 땅에 내려와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8. 11.2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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