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가는 것

by 박신영

오래 가는 것이 무언지 생각해본다.


아이와 함께 걷는 길.

나와 함께 나선 걸음에 흐뭇하게 미소짓는 옆모습을 훔쳐본다.

편의점에서 너는 고심 끝에 컵커피를 고른다.

많이 샀다며 한마디 짜증내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는 네 얼굴.

결재금액이 만원 을 넘지 않아 선방했다 속으로 안도하며 나오는 길에

너의 발걸음이 계단참을 헛디딜까 한마디 또 보탠다.


집으로 오는 길

모든 것이 잔잔한 행복.

이 이상 더 바랄 것도 없어.

각자의 방에 돌아와 나는 책상에, 너는 침대에 몸을 뉘이며

짧은 하루의 해후를 마친다.


그리고

지겨워 보고싶지 않던 책 속에서

내 꿈을 다시 바라본다.

생물 책 속의 그림은

내 모든 생활의 무채색 중

단 하나의 총천연색이다.


내 하나 소원은

평생 한량처럼 사는 것.

그리고 내 아이 하나 지키는 것.


이 삶에서 이루지 못한 꿈은 다음 삶에서도 똑같은 것이고

어차피 해야할 일은 해야할 수 밖에 없으니

게으름 피우지 않고, 거북이처럼, 소처럼 느리게 앞으로 가야겠다.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와서

너는 행복해본 적이 없다

너처럼 사는 이는 없다

너는 그 삶에서 나와야 한다

반복해 말하지만

걱정과 안스러움을 가장하는 말 속에서

너는 내가 아는 행복은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


수화기 너머 남편에게 교태부리던 친구의 웃음소리는

종종 귓가를 맴돌며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책과 음악을 대할 때

아이와 편의점에 다녀올 때

아이의 기괴한 웃음소리를 방 앞에서 몰래 들을 때

나 홀로 느끼는 기쁨이 이리도 지극한지 아는 이도 있을거다.


하나가 닫히면, 다시 하나가 열리는 법이라니

오늘도 좌절보단

희망을 바라본다.


바라며 기도하는 오직 하나의 문장은


"내게 이 아이를 지킬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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