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강풀님 시대 이전까지 만화는 거의 종이책으로만 보아왔다. 강풀님이 인터넷으로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한 당시는 웹툰이라는 단어도 없었던 때였다. 그래도 당시에 이런 방법은 상당히 진보한 상황이었다.
파란색 이야기화면이 전부이던 PC통신이 총천연색 인터넷으로 발전하기 전, 만화가가 되는 길은 유명작가의 문하생이 되어 수년 간 수련하고 데뷔하거나, <보물섬>,<윙크> 같은 만화전문잡지의 응모에 당선되는 방법이 전부였다. 또 그 때 만화는 모두 흑백이었는데 출판인쇄비용 때문에 컬러만화는 아동용 학습만화 정도로 한정되었고, 신간이 나오면 표지 그리고 앞장에 한 페이지나 두 페이지 정도 컬러일러스트가 추가되는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은 지면의 단점을 훌륭히 보완할만한 강력한 수단이었다. 또한 이전처럼 유명작가나 출판사의 편집장 등 한 두 명의 결정권자에 의해 데뷔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올린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자주 찾고 인기가 있으면 되었다.
강풀 님은 2년이나 만화를 보여줄 곳을 찾다가 직접 개인홈페이지 강풀닷컴을 개설하고 웹툰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그 후로 15년이 지난 2017년, 만화가, 웹툰작가가 되고자하는 사람의 등용문은 상당히 쉽고 간편해졌다. 좋은 이야기와 그림을 풀어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열려있는 문. 물론 상당히 치열한 문이지만, 적어도 강풀님의 데뷔 때처럼 수 년을 고생하지 않고, 그 에너지를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시작하는 웹툰의 댓글을 읽다보면
다음웹툰 <쌍갑포차> 첫화의 댓글 중
이런 글들이 보인다. '리그? 어디에서 먼저 연재했었나?' 의아하게 만드는 댓글들이 첫회에는 주욱 달린다.
다음웹툰 <묘진전> 첫화의 댓글 중
'베도가 뭐지? 이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이 작품을 본적이 있었나. 어디서 본거지?'
리그. 베도. 이 약자를 자세히 풀어보면 다음 만화속세상의 '웹툰리그'와 네이버웹툰의 '베스트 도전만화'를 뜻하는 것이었다.
다음과 네이버의 모바일어플리케이션에서 들어가 보려면 다음웹툰 첫화면 상단의 "리그" 메뉴나 네이버웹툰 첫화면 하단에 있는 "베스트도전"메뉴를 누르면 된다.
그동안 연재만화만 보아오던 나와 같은 독자들이 계실 듯 하여 리그와 베도를 보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정식연재만화도 훌륭하지만 이렇게 신생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나 평점과 댓글을 다는 일 또한 웹툰독자로서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웹툰에서 정식연재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단행본까지 발행된 '젤리빈'님의 <묘진전> 은 사실 네이버웹툰 베스트 도전만화에 올린 첫 데뷔일자가 2012년 5월 4일이었다는 사실. 정식연재로 이어지지 않아 작가는 많이 힘들어했다. 거의 17화까지 연재가 이어졌음에도 연락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이후 이 작품은 다음 웹툰리그에서 1위를 한 후 2013년 11월 14일 다음에 첫화를 정식연재하게 된다.
연재가 시작된 후 베도 때부터 지켜보던 많은 독자들이 기뻐하기도 하고 진즉 정식연재기회를 얻지 못했던 시간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첫화의 댓글을 읽다보면 좋은 작품을 선정하고 연재하는 네이버의 안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이 작품은 거의 2년 이라는 시간동안 작가와 독자가 마음고생을 했지만 여백이 느껴지는 다음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 생각되어 개인적으로 다음에서 발표된 것이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강풀 님, 젤리빈 님처럼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끝까지 작품을 완성하는 노력이 있어, 우리 독자들은 마냥 행복하다. 때로 피폐하고 어려운 일상은 좋은 작품을 보며 치유된다.
좋은 작품을 보는 안목으로 좋은 작품을 쓰는 웹툰작가를 적극 지지하고 댓글이나 평점을 통해 마음을 알리는 일. 우리 스스로를 위한 길이 아닐까. 좋은 웹툰독자, good webtooner가 되고 싶다.
* 사진설명 *
-강풀님이 지난 15년간 다음웹툰에 연재한 작품들, 현재 매주 월요일 <브릿지>가 연재 중이다.
-젤리빈님의 데뷔작 묘진전, 15년이 지나 강풀님 처럼 젤리빈 님의 작품리스트를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다음 작품 기다리며 바래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