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유튜브 구독자가 되어보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에 가면 잔디밭 가운데 공연장이 있고 거기에 누구나 칠 수 있는 피아노가 한 대 있다.
서울숲 곳곳 그리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신촌이나 홍대거리에서도 볼 수 있는 Street Piano. 거리에 두어진 피아노에서 사람들이 연주하는 모습은 유튜브에서 street piano 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top 10 street piano performance -Chopin
Street Piano 영상 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는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였다.
The best of Valentina Lisitsa -Street Piano
그녀는 어떤 날은 파리의 공원에서 우아한 블랙가운을 걸치고 리스트를 연주하고, 어떤 날은 런던의 기차역에서 두툼한 코트를 입고 라흐마니노프를, 대형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옆의 업라이트 피아노에서 베토벤을 연주하기도 한다.
그녀의 내한공연 티켓은 상당한 고가라 올해 3월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공연의 로열석은 13만원, 제일 저렴한 좌석도 5만원이었으니... 파리의 공원, 런던의 기차역과 쇼핑몰을 방문했다가 거리에서 그녀의 연주를 듣게 된 사람들,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얼마나 좋았을지 부럽기만 하다.
굳이 일찍부터 날짜를 기다려 티켓을 예매하지 않고 잘 차려입고 콘서트홀에 시간맞춰 가지 않더라도 내가 지나는 거리에서, 나와 같은 편안한 복장을 입고 연주하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내한공연을 하면 매진을 기록하는 그녀의 공연. 새벽 1시까지 그녀의 사인을 받으러 기다리는 우리나라의 팬들이 저 영상을 본다면 저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들이 얼마나 부러울런지..
우리나라로 치면 조성진이나 손열음이 서울숲 피아노나 홍대거리의 피아노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될까. 어느날 갔던 서울숲에서 우연히 그의 연주를 듣게되었다면 그 날의 행운을 기억하며 사람들은 오래도록 기뻐지지 않을까.
영상을 보면 그녀의 복장은 편안하고 사람들 또한 미리 알고 기다렸던 느낌이 아니니, 미리 사람들에게 예고하고 시작하는 공연이 아니라 그냥 거리를 지나다 피아노를 발견하고 치는 누구나처럼 연주하는 듯 하다. 이런 독특한 행보를 통해 클래식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려 노력하는 그녀가 참 고맙다.
이런 소통의 모습은 그녀가 직접 발행인이 되어 올리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그녀의 유튜브에는 연주영상은 물론, 콘서트를 앞두고 피아노를 고르는 모습, 피아노 협주곡을 처음 악보를 뜯을 때부터 한자리에서 초견으로 연습하는 3시간 20분짜리 영상, 한국 내한연주시 앵콜곡인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의 영상 등 328개의 동영상이 있다.
그녀의 유튜브를 통해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고, 연습하는 장면과 마스터클래스를 이끄는 모습을 보며 피아노 연습에 도움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영상은 2012년 예술의 전당에서의 내한공연시 빨강드레스를 입고 앵콜곡으로 연주하는 ' 엘리제를 위하여' 이다. 이 영상을 보며 건반위의 검투사 라고 불리는 그녀의 다정하고 서정적인 면모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앵콜곡의 첫 소절을 들은 청중은 누구나 잘 아는 비교적 쉬운 곡에 방가움의 웃음을 터뜨렸다가, 그녀만의 해석이 곁들여진 따뜻하고 소박한 엘리제를 들은 후엔 지칠 줄 모르는 감동의 박수로 화답한다.
그녀의 유튜브 영상에는 그녀가 직접 쓴 장문의 글이 함께 올려져있다. 가능하다면 그 글과 댓글도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편안하게 전달하고자, 늘 팬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유튜브, 새 영상 알람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