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인생이 흘러흘러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학원까지 닿게 되면서, 나의 일상엔 늘 아이들이 존재한다.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 투명한 유리잔이나 새하얀 도화지를 다루는 것과 같다고 느끼면서 언행에 항상 주의를 기하고, 사적인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노력하는 등 반드시 지켜야 할 인생의 지침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보게 되면서 추가한 매뉴얼 하나는 '무조건 칭찬해주기'. 아이들이 평소에 얼마나 칭찬에 목말라하는지, 그리고 칭찬을 들은 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지 알게 된 후로 아이들이 조금만 잘해도 나는 어마무시한 칭찬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아, 너는 남들이 감히 떠올리지 못하는 기발한 생각을 가졌어. 그걸 적극적으로 표현해봐.' 라고 말하면, 아이는 잠재되어 있던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그런 아이들을 자주, 여럿 보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칭찬을 먹고 산다. 칭찬은 서로의 마음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영양제다. 다행히 나에겐 그런 영양제 한 두 알 정도, 많으면 세 네 알씩 다른 사람에게 건네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나는 사람들을 볼 때 웬만하면 그가 가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다고 느낀다. 인사를 하듯 칭찬을 잘 하는 편이지만 의무적으로, 쥐어짜내어 하는 것도 아니며(나는 마음에 없는 거짓 칭찬을 할 때 그 말이 목구멍에 한 번 걸리거나 받치는 것 같은 물리적 고통을 느껴서 되도록 하지 않는다.) 진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상대를 통해 보게 되고 느끼게 된 좋은 것들이나 그 사람의 겉이든, 속이든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포착하게 되면, 정말 딱 그 순간에 떠오른 따끈따끈한 언어로 표현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다른 이로부터 칭찬을 듣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낯간지러워하며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눈동자는 방황하기 시작하고 우물쭈물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이제는 누군가 깜짝 선물처럼 건네는 칭찬을 마지못해 받아드는 게 아니라 보다 공손하고 정갈한 태도로 마음 속에 잘 챙기면서 '그런가요, 제가?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은 하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분명 나에게도 다른 사람 눈에 띄는 좋은 점이 있고, 나에게 '넌 좋은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해주었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스스로를 전보다 많이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들이 해준 칭찬이 진짜 내가 가진 좋은 모습과 일치하는지 의구심과 함께 자괴감이 방문할 때가 종종 있다.
요새는 그 어리석은 이의 방 문 밖으로, 우렁찬 목소리 하나가 따라붙어 자꾸만 이렇게 외쳐댄다. '이게 나야!' ㅋㅋㅋㅋ 내가 칭찬을 할 때마다 '이게 나야!'라고 호쾌하게 대답하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녀가 있는데, 나는 언제나 당차고 씩씩한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자꾸만 'ㅋㅋㅋㅋ' 웃음이 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칭찬을 들었을 때 보이는 반응 역시 나에게 'ㅋㅋㅋㅋ'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이게 나야'라는 말이 요새 아이들 사이에 돌고 도는 유행어인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 말고도 종종 다른 아이가 '이게 나야!'라고 말할 때마다 기분이 무척이나 즐겁다. 스스로를 긍정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환하게 빛이 나는지, 요새는 그 환희에. 가득찬 생일 폭죽 같은 외침인 '이게 나야!'를 듣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더 칭찬을 해주고 싶어진다.
신명나게 내 귓전을 때리는 '이게 나야!'의 환청 속에서 생각한다. 칭찬을 들었을 때 뿌듯함과 흡족함이 밀려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쁨이 아닐까. 하지만 불쑥 자신감이 샘솟았다가도 그 순간이 지나면 가라앉고야 마는 것은 그 칭찬을 자존감까지 잇지 못한 자신의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로부터 좋은 것을 건네 받아도 '어떻게' 받느냐,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어떻게' 내 삶과 연결짓느냐가 중요하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매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일단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칭찬을 들려준 순간에는 '이게 나야!'하고 시원하게 외쳐보기로 한다. 사실 당장엔 입이 잘 안 떨어질 것 같으니까, 그래도 마음 속으로나마 '이게 나야.' 라고 스스로가 똑똑히 기억할 때까지 읊조려보기로 한다.
얘들아, 항상 나의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