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되어보니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취준을 했던 2019~2020년에도 취업문이 너무 좁아 서류 수십장을 내고 겨우 한두곳에 붙을까 말까 했었는데, 코로나 시대를 겪고나니 신입 채용은 더 줄었다. 경제 위기에 따라 기업들은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채용문을 닫기 시작했고, 와중에 빠른 성장이 필요한 회사들은 계속 채용을 진행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거의 경력직 공고 뿐이다.
이렇게 차가운 현실 속에서, 채용 전환형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우리팀의 체험형 인턴을 직접 뽑으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취준생이라면 싫을 수 밖에 없는게 전환형 인턴 프로그램이다. 동기들과 경쟁해야할 것 같고, 장기 인턴이면 그 동안 다른 회사 원서도 써봐야하고.. 단점 투성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그리 경제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운영하는 동안 인력도 많이 들고, 애써 뽑은 인턴이 전환되지 않으면 인력운영 입장에서는 TO가 비는 것이라 아주 효율적인지도 잘 모르겠다. 정규직 신입 채용을 하면 잠깐이면 되는 고생이 장기간이 되니까 지치기도 한다.
간절하게 일반 신입 채용을 하고 싶어도 업계 특성상 법과 제도 상 어려운 회사도 있고, 물론 제도에서 시키는대로 준비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투입되는 리소스가 많아 회사 전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다. 요약해서 “정규직 신입채용을 하고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어쩔 수 없이 전환 프로그램으로라도 채용을 진행하게 된다.
모두가 생각하는, '뽑아서 일을 시켜보고 진짜 잘하는 애만 데리고 간다'는 이유도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실컷 뽑아놨는데 적응을 못하거나, 일을 못하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조직적 이슈가 생긴다. 신입 한 명을 키우느라 사수 2명 분의 일이 필요하다면 팀 전체의 업무 진행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채용이 정말 신중하고, 어려운 일이다. (경력직도 당연히 마찬가지..)
얼마 전 체험형 인턴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느낀점들이다. 나도 고작 5년차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뽑는 입장으로 채용 과정에 참여해본 것은 처음이라, 면접들을 보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기록해 두고 싶었다.
체험형 인턴은 앞서 말한 채용 전환형 인턴과 달리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진행하게 된다. 나 역시 대학생 때 체험형 인턴을 두 번 했는데, 인턴으로라도 회사생활을 경험해본 것이 실제로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체험형 인턴 자리조차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
어쩌다보니 후보자들이 거의 졸업학기 학생들이었어서, 거의 신입 취준생들과 다를바 없다고 느껴졌다. 일단 요즘 애들 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를 몸소 느꼈다. 이렇게 똑똑하고 좋은 지원자들 속에서 1명만 뽑아야하는게 아쉬울 정도로..
면접관으로 들어가보니, 내가 신입 때 왜 최종탈락을 겪었는지 어렴풋이 알수있었다.
남부럽지 않은 스펙에 화려한 인턴 경력과 공모전 수상이력이 있었지만, 내가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는 너무 꾸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현업 종사자보다 대학생이 그 일을 더 잘 알 수는 없는데, 나는 너무 아는 척을 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직무에 대해 공부한 티를 내고 싶었던거지만, 면접관이 되어보니 꾸밈없고 솔직한 지원자에게 훨씬 눈길이 갔다. 혹시나 뛰어난 스펙임에도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면,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겨우 1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거라,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괜찮은 지원자가 많아서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밖에서 봤을 때의 우리 팀에서 하는 일과 실제 업무 사이에 갭이 꽤 있어서, 지원자는 공고와 딱 맞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지만 실무자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에 탈락시킨 지원자 한 분의 경우, 이런 이유도 있었다. 당장 졸업을 앞둔 막학기생인데, 우리 팀 인턴으로 들어와서 하게될 일이 냉정하게 말해 그의 첫직장을 구하는데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았다. 우리가 보기에 이 지원자는 A 직무 쪽으로 준비해보는게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우리팀 인턴으로 오면 전혀 다른 B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방면으로 뛰어난 지원자였는데, 나는 합불합 여부만 알려줄 수 있지 이런 이유나 조언을 설명해줄 수 없는게 정말 안타까웠다.
취준과 탈락, 100% 만족하지 못했던 첫 직장생활부터 원하는 기업으로의 이직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겪으며 느낀건, 인생을 조금 길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기회는 오고, 남들이 지금 나보다 앞서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비슷한 지점을 맞이하게 된다. 부디 차디찬 취업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글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