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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13. 2023

산책이 목적

가을 산책하기

요즘 날씨가 맑고 선선해서 나들이하기 좋다. 잠깐 볼 일이 있어 나가도 쾌청한 날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다 구름이 어찌나 몽글몽글한지 당장 어디라도 떠나고 싶어 진다. 아쉽게도 금방 집으로 돌아와야 해서 조금밖에 즐기지 못했지만 집에 있었으면 몰랐을 풍경에 새삼 반가웠다.




평소에 산책을 다니면 좋으련만 왜 그렇게 나가기 어려운지 모르겠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흐려서, 비가 와서, 몸이 안 좋아서 등, 나가자고 마음을 먹고도 이런저런 핑계로 못 나갈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갈 거리를 만들어서 억지로라도 나갔었다. 마트에 살 게 있다거나, 가고 싶은 카페에 가는 등 볼 일을 만들어두면 강제로 나가게 되니 이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그렇게 나가면 마음이 바빠 늘 피곤했다. 해야 할 미션거리가 잔뜩이니 밖에 있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크게 볼 일이 없어 나갔더라도 생각 정리를 해야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봐야지, 선택장애가 있어 결정 못한 것들을 확정 짓고 와야지 하면서 잔뜩 과제를 낸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산책이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느껴서인지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나갈 때 짐을 챙긴다. 텀블러에 물도 넣고 간식도 넣다 보니 나가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다. 산책은 몸도 마음도 쉬기 위해서인데 자꾸만 관련된 일들을 줄줄이 달았다. 그래서 산책을 잘 나가지 않게 된 것 같다.


오늘은 그냥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짧게 다녀오자 싶었다. 물도 집에 두고 폰만 챙겼다. 어쩌다 좋은 풍경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사진은 찍어야 한다. 아무 일 없이 그냥 집 앞 거리만 걸었다. 그야말로 산책만을 목적으로 나간 것이다. 하늘도, 나무도 예뻤지만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생기가 넘쳐 보기 좋았다. 가끔 지나가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나도 같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열매를 맺은 나무도 보이고 벌써 단풍이 지는 식물도 보였다.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보는 건 산책의 재미 중 하나다.



갑자기 달콤한 향이 나길래 돌아보니 노랗고 작은 꽃이 핀 나무가 보였다. 검색해 보니 '금목서'라는 식물이다. 이맘때쯤 꽃이 피는데 달콤한 오렌지 향이 나서 근처에 있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산책은 딱 이렇게만 즐기면 충분한 것 같다. 산책에 다른 목적을 만들지 말자. 산책은 산책일 뿐! 다른 일을 끌어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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