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Oct 12. 2023

위안을 주는 간식

찐 고구마 이야기

부엌 한편에는 내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고구마다. 고구마를 쪄서 그릇에 담아놓고 3일에 걸쳐 먹는다. 떨어지면 고구마를 쪄서 똑같은 위치에 있는 그릇에 다시 고구마를 채워둔다. 부엌에 갈 때마다 고구마가 있으니 든든하다.




고구마는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영문이름이 '스위트 포테이토'일 정도로 자체에 단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간식으로 먹기 좋았다. 수분이 많은 고구마보다 텁텁한 밤고구마를 더 좋아한다. 한 도입에 목이 컥 하고 막히면서도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된다. 고구마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구워서 먹는 것이다. 겉이 탈 정도로 구우면 고구마의 단맛이 최상으로 올라간다. 거기다 촉촉해지니 꿀이 따로 없다.


몇 년 전부터 에어프라이기가 유행하면서 군고구마를 집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에어프라이기로 고구마를 얼마나 많이 구워 먹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맛있게 보다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선택했다. 큰 냄비에 찜기를 올려서 쪄서 먹는다. 찜기에 넣을 물양도 매번 헷갈리고 익었는지 수시로 찔러봐야 하고 수분에 익히다 보니 군고구마처럼 응축된 단맛이 안 나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맛이 덜 하더라도 고구마를 더 오래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쪄서 먹고 있다.


고구마를 거의 매일 먹는다. 이렇게 챙겨 먹은 지도 거의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식단조절을 하면서 밥 보다 간식을 못 먹는 것이 그렇게 속상했다. 그 속상한 마음을 고구마가 채워줬다. 간식을 줄이고 여기까지 온 것은 고구마 덕이 크다.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으면서도 단맛이 나다니 존재 자체로도 너무나 고맙다.


고구마는 색도 예쁘다. 보랏빛 껍질에 노란 속살이 먹음직스럽다.


갑자기 허기가 질 때, 간단하게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왠지 마음이 허전할 때까지 고구마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떨 땐 아무 생각 없이 고구마를 집어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반려 고구마이지 싶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에 가면 늘 고구마가 있다. 고구마를 한 입 물면 단맛이 느껴지고 에너지가 올라온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 맘대로 샤부샤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