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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을 주는 간식

찐 고구마 이야기

by 샤이니율

부엌 한편에는 내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고구마다. 고구마를 쪄서 그릇에 담아놓고 3일에 걸쳐 먹는다. 떨어지면 고구마를 쪄서 똑같은 위치에 있는 그릇에 다시 고구마를 채워둔다. 부엌에 갈 때마다 고구마가 있으니 든든하다.




고구마는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영문이름이 '스위트 포테이토'일 정도로 자체에 단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간식으로 먹기 좋았다. 수분이 많은 고구마보다 텁텁한 밤고구마를 더 좋아한다. 한 도입에 목이 컥 하고 막히면서도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된다. 고구마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구워서 먹는 것이다. 겉이 탈 정도로 구우면 고구마의 단맛이 최상으로 올라간다. 거기다 촉촉해지니 꿀이 따로 없다.


몇 년 전부터 에어프라이기가 유행하면서 군고구마를 집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에어프라이기로 고구마를 얼마나 많이 구워 먹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맛있게 보다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선택했다. 큰 냄비에 찜기를 올려서 쪄서 먹는다. 찜기에 넣을 물양도 매번 헷갈리고 익었는지 수시로 찔러봐야 하고 수분에 익히다 보니 군고구마처럼 응축된 단맛이 안 나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맛이 덜 하더라도 고구마를 더 오래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쪄서 먹고 있다.


고구마를 거의 매일 먹는다. 이렇게 챙겨 먹은 지도 거의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식단조절을 하면서 밥 보다 간식을 못 먹는 것이 그렇게 속상했다. 그 속상한 마음을 고구마가 채워줬다. 간식을 줄이고 여기까지 온 것은 고구마 덕이 크다.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으면서도 단맛이 나다니 존재 자체로도 너무나 고맙다.


KakaoTalk_20230821_120918455_03-2.jpg 고구마는 색도 예쁘다. 보랏빛 껍질에 노란 속살이 먹음직스럽다.


갑자기 허기가 질 때, 간단하게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왠지 마음이 허전할 때까지 고구마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떨 땐 아무 생각 없이 고구마를 집어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반려 고구마이지 싶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에 가면 늘 고구마가 있다. 고구마를 한 입 물면 단맛이 느껴지고 에너지가 올라온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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