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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28. 2023

구운 버섯샐러드

먹었던 기억대로 만들어보기

언젠가 집 근처 샐러드가게에 들른 적이 있다. 평소 같으면 분식집, 국숫집을 들렀을 텐데 그날따라 샐러드가게에 가고 싶었다. 병원에 다녀오면 죄책감 때문인지 더 건강한 음식을 찾게되는데 그날이 그랬다. 처음으로 샐러드 가게에서 샐러드를 먹었다.




그날의 날씨도 기억난다. 맑진 않은데 그렇다고 막 흐리지도 않은 회색빛 날이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식사를 하고 들어가려고 근처 상가 쪽으로 갔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게 샐러드가게였다. 다양한 재료로 샐러드를 파는 곳이었다. '구운 버섯샐러드'를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나온 샐러드 볼에는 각종 채소에 구운 버섯, 애호박, 가지, 삶은 계란이 올라가 있었다. 삶은콩도 있고 두부도 있었던 것 같다. 소스를 뿌려서 바닥까지 긁어가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먹었던 맛이 생각나서 버섯과 채소들을 찾아보았다. 버섯은 표고버섯, 채소는 파프리카, 애호박을 꺼냈다. 며칠 전 샌드위치를 싸고 남은 양상추도 조금 추가했다. 버섯과 채소는 채 썰고 소금과 올리브오일에 잠시 절여 간이 베이도록 두었다. 그리고 오일을 두른 팬에 한꺼번에 붓고 살짝 볶아주었다. 소스는 진간장, 식초, 올리브오일, 원당, 홀그레인머스터드를 넣고 만든다. 그릇에 양상추를 잘게 찢어 깔고 그 위에 볶은 버섯과 채소들을 올렸다. 뭔가 허전해서 식탁에 굴러다니던 귤을 까서 군데군데 놓았다. 오렌지빛 귤을 더하니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소스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후추와 파프리카가루를 뿌렸더니 꽤 그럴싸해졌다. 사 먹었던 샐러드에 비하면 재료도 부실하고 풍성하진 않지만 소스 덕분인지 맛있게 먹었다.


샐러드를 따뜻하게 익혀 먹으니 더 고소한 것 같다. 앞으로 자주 해 먹어야겠다.


얼마 전에 근처 지날 일이 있어서 들렀더니 그 샐러드가게가 없어지고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었다. 옛날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고 섭섭했다. 그래도 그날 먹었던 샐러드는 이렇게 남아 맛있게 잘 먹고 있으니 다행이다. 볶은 재료들이 고소하고 달큰하고 따뜻하기까지하니 앞으로 자주 먹을 것 같다. 겨울에 먹을 샐러드를 찾고 계신다면 '구운버섯샐러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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