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Oct 27. 2023

가을이 참 예쁘게도 왔다

단풍을 보며 든 생각

완연한 가을이다. '낮엔 더우니 아직 여름이 안 갔다, 아침과 저녁에는 추우니 가을이 왔다'라며 어떤 계절도 아니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정말 가을이 왔다. 빨갛고 노랗게 단풍이 물들었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맞은 가을은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가을이 반가운 건 선선한 날씨 때문이다. 여름을 좋아하지만 무덥고 습한 날씨는 매번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 이젠 낮에도 마음껏 뽀송하게 다닐 수 있으니 좋다. 기온이 더 낮은 아침, 저녁에 느껴지는 공기는 기분을 상쾌하게 하기도 한다.


가을은 아쉽기도 하다. 활기찼던 여름을 보내기가 서운해서 가을이 오는 것을 모른 채 하고 싶었다. 여름엔 해가 길어 저녁까지 밝고, 무얼 해도 시작해도 될 것 같은 에너지가 있었다. 그에 반해 가을은 몇 해가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저물어가는 기분이 들어 슬프다. 무슨 일이든 다 마무리해야 할 것만 같다.


여름을 보낸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가을이 왔다 가려고 한다. 가을은 정말 한 순간인 것 같다. 그 짧은 순간에도 가을은 단풍을 곱게 물들여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꼭 기억하라는 것처럼 단풍을 참 예쁘게도 물들였다. 지는 잎에게 어쩌면 이렇게도 예쁜 색으로 물을 들일까 생각해 보았다. 음악은 보통 피날레가 가장 화려하다. 가을은 한 해의 피날레일까. 피날레에는 클라이맥스가 있는 경우 많다. 극에도 후반부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가을은 지는 계절이 아니라 피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단풍도 지는 게 아니라 붉고 노랗게 피는 중인 거다.


똑같은 하루지만 고개를 들라고 그렇게도 예쁘게 물드나 보다. 잘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해보면서 잘 살아내라고 말이다. 단풍이 그토록 화려한 건 응원을 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단풍은 손으로 잡고 흔드는 응원도구를 닮았다. 열심히 살아내려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지지를 받고 제대로 피는 시기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락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