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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Oct 29. 2023

베이글 샌드위치 도시락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며칠 전 김밥을 싸서 공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 좋은 기억이 남아서 시간이 되면 나가서 먹어보기로 했다. 오늘은 베이글이 있어서 샌드위치로 만들어 도시락을 쌌다.




베이글은 원래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샌드위치로도 만든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은 베이글은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샌드위치 재료는 늘 만들던 대로 상추, 계란, 당근을 넣었다. 여기에 표고버섯도 조금 볶아 간장소스에 버무렸다. 간장소스는 진간장, 식초, 원당, 올리브오일, 홀그레인머스터드를 조금 넣어 만든다. 크림치즈를 빵 안쪽에 바르고 상추를 여러 겹 깐 후, 계란, 당근, 버섯 순서대로 올렸다. 나머지 빵을 올려 꽉 누른 후 랩으로 모양을 잡아 단단하게 고정했다. 반으로 잘라 통에 넣고 나갈 준비를 했다.


도시락이 든 가방을 들고 나오니 신이 났다. 날씨는 맑았는데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잠시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찜해 둔 장소로 갔다. 그곳은 공원은 아니지만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 작은 쉼터였다. 지나가면서 발견한 곳인데 벤치도 있고 그늘도 적당히 있어서 잠시 쉬었다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벤치에 앉아 도시락통을 열었다.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온 얼굴을 휘감았다. 잘못하다간 머리카락도 먹을 것 같았다. 거기다 도로가에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빨리 먹고 일어나야지 싶어 서둘러 먹고 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곳은 길이 난 곳이긴 하지만 평소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시간대가 그랬는지 몰라도 내가 있었던 짤은 시간 동안 열명은 지나간 것 같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앉아 꿋꿋하게 먹어보려고 했지만 구경거리가 된 것 같아 불편했다. 결국 반도 먹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에 있던 벤치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바로 앞에 보이진 않아서 조금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허겁지겁 먹고 서둘러 돌아왔다.


쌀베이글이라서 그런지 촘촘한 단면, 상추가 조금 부족해 보였다.


길어야 20분 정도 되는 시간이었는데 내내 편치 않았다. 자리가 불편하니 샌드위치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며칠 전과는 다르게 쫓기듯 먹고 왔다. 매일이 좋을 순 없다는 걸 안다. 이런 날이 있으면 저런 날도 있는 거겠지. 그래도 설레면서 도시락을 싸서 거기까지 찾아 간 시간은 행복했으니 그걸로 됐다. 다음엔 장소도 잘 살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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