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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10. 2023

티는 나지 않지만

수시로 자세를 점검한다

날이 추워졌다. 긴팔 운동복을 입었는데 조금 더웠다. 괜히 입었나 생각하다가 거울을 봤다. 레슨 시작 전엔 거울을 보고 몸을 살핀다. 좌우가 맞는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지 체크한다. 평소엔 하지 못해도 레슨 시작 전에 꼭 확인하려고 한다.




운동을 하면 굽어있던 근육을 늘리고 당기다 보니 몸이 시원해지고 자세가 바르게 잡히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원래대로 엉망이 된다. 애써서 힘들게 몸을 바로 세워둬도 다시 구부정하게 돌아가니 '운동은 소용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운동에 적응을 못한 건지, 실력이 모자란 건지 이대로 계속 운동을 하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밀려왔다.


내 마음을 아셨는지 원장님은 다시 자세가 안 좋아지더라도 운동을 한 것과 안 한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해주셨다. 일상에서 나쁜 자세를 하고 있더라도 자세가 잘못된 걸 인지하기 때문에 고치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맞다. 예전에는 자세가 좋지 않아도 그려려니 하고 넘겼는데 요즘은 자세를 바꾸려고 한다. 그리고 운동하면서 늘 지적받았던 부분을 의식하게 된다. 어깨를 내리라는 말과 골반을 바로 두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평소에도 어깨와 골반이 제대로 있는지 몸을 움직여보며 혼자 체크를 한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잘못된 곳을 인지할 수 있었고 자세를 고쳐봤기 때문에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자. 아직 초보티가 나는 필린이지만 운동을 하기 전의 나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원장님 말처럼 자세가 안 좋더라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큰 차이다. 자세를 고치려고 하는 마음 자체도 어쩌면 운동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



레슨을 마치고 나와 신호등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몸을 다시 체크해 봤다. 생각하는 것보다 뒤로 중심을 둔 후, 엉덩이와 뒤 허벅지에 힘을 주고 어깨는 내리되 배는 안으로 넣어준다. 그리고 흉곽을 크게 늘리며 숨을 쉬어봤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의 움직임이다. 티는 나지 않지만 나라도 알아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미소도 지어 보았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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