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지만 심플하지 않은
김치찌개 끓이기
김치찌개는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공기를 후딱 먹을 수 있는 훌륭한 국이자 반찬이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면 만만한 김치찌개가 떠오른다. 작년 김장 김치가 푹 익어 김치찌개를 끓이면 좋을 것 같았다. 메인 재료인 김치가 있으니 파, 양파, 다진마늘, 두부를 넣고 심플하게 끓이기로 했다.
김치찌개는 된장찌개와 함께 지금까지 가장 많이 먹은 국일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김치찌개는 칼칼해서 다른 반찬이 필요 없으니 간편해서 반갑다. 특히 자극적인 걸 먹고 싶을 때 김치찌개를 많이 먹었다. 김치찌개 전문점을 가면 국그릇에 밥을 주는데 김가루를 넣고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정식을 파는 식당에서 나오는 뚝배기에 담긴 김치찌개도 좋아한다. 자박하게 끓어진 김치찌개를 하얀 밥에 올려 한 숟가락 크게 떠먹으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질 것만 같다.
용감하게 파, 양파와 두부만 넣고 끓인 김치찌개김치찌개는 김치만 맛있으면 맛있다고 해서 용감하게 김치만 준비했다. 김치를 살짝 볶다가 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준 뒤, 액젓, 고춧가루도 조금 넣는다. 바글바글 끓으면 벌써 맛있는 냄새가 올라온다. 기대를 잔뜩 안고 맛을 봤다. 음... 이제 더 넣을 것이 없는데 맛에 빈 곳이 투성이다. 조금 졸여주면 괜찮겠지 했지만 맛이 거의 그대로다. 딱 김치에 물 섞은 맛이 난다. 일단 소금을 더 넣고 파와 두부를 넣고 완성했다. 그래도 먹을만하니까 먹는다. 다음날이 되면 맛이 좀 더 우러나서 맛이 나아질 수도 있으니 기대를 해본다.
생각해 보니 샤부샤부를 먹을 때 마지막에 먹는 죽과 칼국수가 맛있는 것은 샤부샤부로 우러난 고기 국물 때문이었다. 김치찌개도 다른 재료와 함께 끓일 때 맛있었다. 돼지고기, 캔참치, 사골국, 조개 등 국물이 우러나는 재료들을 넣어주면 맛이 정말 좋아졌다. 김치만 맛있으면 맛있다는 말은 정말 쉽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찌개보다 맛 내기가 쉽다는 말인 것 같다.
김치만으로는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김치찌개. 심플한 것 같지만 심플하지 않은 김치찌개. 다음에는 멸치육수라도 내서 끓여봐야겠다. 오늘 김치찌개는 실패다. 김치라도 건져서 얼른 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