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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21. 2023

요즘 즐거움

당근라페 샌드위치 도시락 나들이

창밖으로 보니 날이 따뜻해 보였다. 하지만 며칠 전 생각 없이 나갔다가 혹독한 추위에 식겁한 적이 있어 옷을 단단히 챙겨 입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은 덕분일까, 해가 따뜻하게 비치는 시간대여서일까, 걱정과는 다르게 밖은 따뜻했다. 걷다 보니 살짝 땀이 나기도 했다.




오늘 도시락 메뉴는 당근라페 샌드위치다. 몇 달 전 '당근라페'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당근라페 샌드위치를 자주 만들어 먹게 되었다. 최애 메뉴 중 하나다. 당근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멀리 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찾아서 먹고 있다. 다행히 라페로 만들면 당근 특유의 향이 안 나서 잘 먹는다. 당근라페는 프랑스식 반찬으로 새콤달콤하게 절임이다. 샐러드나 양식메뉴의 곁들임으로도 좋지만 김밥, 고기쌈 등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샌드위치에 넣었을 때 아삭해서 궁합이 잘 맞다.


당근라페는 전날에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당근을 아주 얇게 채를 썰어 소금에 20분 정도 절여두었다가 올리브유, 홀그레인머스터드, 레몬즙(식초)을 넣고 절이면 된다. 빵은 단골집이 문을 닫아서 근처 빵집에서 통밀식빵을 구매했다. 상추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두고 계란프라이를 한다. 소스는 마요네즈와 홀그레인머스터드를 일대일로 섞어 준비한다. 재료가 모두 준비되면 빵을 살짝 데워 안쪽에 소스를 바르고 상추, 당근라페, 계란 순으로 쌓아서 완성한다. 랩으로 단단하게 싸서 반으로 자르면 빵과 속재료가 고정되어서 한결 먹기 수월해진다.


시계를 보니 오후가 거의 지나가고 있었다. 해가 저물고 있는 게 보였다. 점심때를 놓쳐 간단하게 요기만 하고 지나가서 배가 고파 싼 도시락이었다. 얼른 나가야겠다 싶어 전용도시락통에 샌드위치를 넣어 후다닥 나섰다. 나들이 장소는 앞서 갔던 공원 근처 산책로다. 데크가 깔려있는 긴 산책로였지만 풍경을 보기에는 조금만 올라가도 충분해 보였다. 멈춰 서서 위를 보니 나무 중간중간에 햇빛이 들어와 반짝이며 빛이 났다. 도시락 통을 꺼냈다. 뭔가 허전했다. 도시락을 싸개에 싸지 않고 그대로 통만 들고 온 것이다. 휴지도, 같이 들고 다니던 귤도 모두 빼먹고 나왔다. 해가 지기 전에 가야겠다는 마음에 급했나 보다. 풍경을 보고 샌드위치 한 입 먹고 내려간 후, 야외 벤치에서 나머지를 먹었다.


매번 재료 양을 실패했는데 이번엔 적당히 잘 들어갔다. 오늘 당근라페는 성공이다!


하루하루 늘 즐거울 순 없었다. 어떻게든 즐거워보려고 일상에서 새로운 걸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저 깊은 지하까지 내려가곤 했다. 일상에서 찾은 즐거움들이 더 이상 색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때 도시락 나들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적당한 장소를 찾는 건 조금 힘들지만 어쨌든 도착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 행복을 잃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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