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만두
내 맘대로 만두 만들기
처음으로 만두를 만들었다. 속을 만들어서 만두피에 싸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인줄 알았는데 맛을 내는 것부터 모양을 만드는 것까지 쉽지 않았다. 고작 30개 만들어놓고 피곤이 몰려왔다.
만두 만들기의 시작은 올해 늦여름 TV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보통 만두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만두가 나오고 있었다. 표고버섯과 애호박만 넣어 재료가 간단했고 만들기도 심플해 보였다. 마트에 들러 만두피를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언제 만들지는 모르는 채 몇 개월이 지났고 드디어 오늘 만두를 만들기 위해 꺼냈다.
만두피는 얼어 있어서 해동이 필요했다. 그동안 속으로 만들 재료들을 꺼내 썰었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두부는 으깨고 숙주는 데쳐서 물기를 꽉 짜서 준비했다. 향과 색을 내기 위해 잔파도 넣었다. 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표고버섯을 다진 후 살짝 볶아 간장에 조려 맛을 냈다. 이렇게 만든 재료를 볼에 모두 담고 잘 엉겨 붙으라고 계란도 넣어주었다. 간은 다진 마늘, 소금, 후추로 했다. 속이 담긴 볼에 조금씩 떠낼 용도로 숟가락을 꽂고 그 옆에 만두피를 올려놓았다. 완성된 만두를 둘 큰 쟁반도 밀가루를 뿌려 준비했다.
그동안 만두 빚는 것을 많이 봐서 빚는 것쯤이야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양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감이 안 왔고 피가 생각보다 잘 붙지 않아서 애가 탔다. 엄마의 조언대로 피 가장자리에 물을 묻혀가며 하나씩 겨우 만들어냈다. 만두에 모양을 낼 생각은 없었는데 잘 붙이기 위해 주름을 억지로 내서 꽉꽉 눌러줬다. 큰 쟁반에는 모양이 제각기 만두들이 채워졌다.
옆에 있던 엄마가 찜기에 물을 올리셨다. 그리고 먼저 만들어둔 만두부터 찌기 시작했다. 만두를 찔 때는 만두피가 찜기에 들러붙지 않도록 시트를 깔고 쪄야 한다고 한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기껏 만들어둔 만두를 찜기에 양보할 뻔했다. 만두가 익는 동안 간장양념도 만들었다. 만두가 익자 다음 만두를 찜기에 올려놓고 맛을 보았다.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맛있을 거라고 기대는 안 했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다. 그래도 제법 만두 같은 맛은 나서 다행이었다.
주름도 내 맘대로 만들어 억지로 붙인 생애 첫 만두엄마는 갓 결혼을 하고 할머니댁에서 만두를 여러 번 빚어보셨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이북 분이시라 이북스타일로 만두를 만드셨는데 아주 투박한 왕만두 모양이었다고 한다. 주로 만둣국으로 끓여드셨다고 했다. 그때는 만두피까지 직접 반죽해서 냄비뚜껑으로 동그랗게 모양을 내셨다고 하셨는데 오늘 만두를 빚어보니 그 수고스러움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았다. 시간이 훌쩍 지나 엄마는 딸과 함께 만두를 빚고 계신다. 엄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만두가 식으니 수분이 날아가고 피가 쫄깃해져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남은 걸 어쩌나 했는데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점심도 만두, 저녁도 만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