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나를 위해 차려먹기
매일 비슷한 반찬에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재료가 비슷하기 때문에 맛도 비슷하고 모양도 색도 비슷하다. 그러다 어느 날은 뭔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진다. 맛있는 거라고 하지만 딱히 뭘 먹고 싶은지는 모른다. 그저 잘 차려먹고 싶었다. 촌스러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잘 차려진 음식이라고 하면 스파게티가 먼저 떠오른다.
며칠 전에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다가 토마토퓌레가 담긴 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4통을 만들었는데 2통은 다 먹고 2통이 아직 남아있었다. 만든지 꽤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깊숙한 곳에 두고 잘 보관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통은 뚜껑을 한번 열었던 탓인지 숙성이 돼서 신맛이 올라왔다. 마지막 하나 남은 통도 그런가해서 뚜껑을 열어보았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이건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겠다 싶어 토마토 요리를 떠올려봤다. 한동안 많이 만들어먹었던 토마토 스파게티가 생각났다. 스파게티라면 잘 차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토마토 스파게티는 내맘대로 정한 레시피대로 만든다. 고기, 베이컨, 치즈 같은 재료는 넣지 않고 양파, 표고버섯만 볶아서 토마토퓌레를 넣어 담백하게 완성한다. 감칠맛을 내기 위해 간장을 조금 넣고 소금과 원당으로 간을 한다. 이번에는 다른 음식에 쓰고 남은 청양고추가 있어 넣어봤는데 기분 좋게 매콤한 맛이 올라와 꽤나 만족스러웠다. 다음부턴 꼭 청양고추를 넣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면은 보통 쌀면을 넣는데 떨어져서 소면을 사용했다. 소면을 따로 삶아 만들어둔 소스에 살짝 볶으면 스파게티가 완성된다.
피클을 만들어두니 여기저기 잘 어울려서 잘 먹고 있다.며칠 전 만든 피클도 꺼냈다. 맛이 들어서 꽤나 새콤했다. 원당 양을 줄여서 신맛이 더 나긴 했지만 수제만의 매력이 아닐까 하며 맛있게 먹고있다. 납작하고 약간 오목한 그릇에 스파게티를 놓고 작은 유리 그릇에 피클을 담아 그 옆에 놓으니 정말 레스토랑에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간단하게 한다고 해도 뭔가를 만들면 준비시간이 두세 배 더 걸린다. 손님용도 아니고 나 혼자 먹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 매번 포기하고 그냥 있는 음식들로 때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금만 애쓰면 이렇게 근사한 식사를 만들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나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도 챙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