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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Dec 10. 2023

겨울 미션 클리어

엄마와 김장하기

집에서 김장을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엄마가 하시는 김장을 도와드렸다. 겨울이 시작되면 김장 날짜부터 잡아두고 내게 통보를 하신다. 그날은 약속이나 다른 일은 잡지 말라는 말이다. 어제부터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 보니 오늘에서야 김장이 끝이 났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요리라도 한두 시간이면 끝나는데 김장은 양에서부터 모든 요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겨울의 큰 과제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이미 양념에 넣을 육수와 찹쌀풀을 준비해 두셨다. 30인분은 돼 보이는 커다란 통에 물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재료를 넣어 육수를 우려내셨고 다른큰 냄비에 찹쌀풀도 만들어서 식혀두셨다. 갓, 잔파, 무도 미리 사 오셔서 깨끗이 씻어 잘라두셨다. 오후가 되니 집 앞에 배추가 도착했다.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엄마는 원래 배추를 사서 집에서 절였지만 조금이라도 일을 줄여보고자 몇 년 전부터 절인 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신다. 배추가 절여지긴 했지만 물기가 남아있어서 물이 빠지도록 체에 밭쳐뒀다. 그동안 큰 대야를 꺼내서 양념을 시작했다. 고춧가루와 채소들을 켜켜이 쌓아 넣고 만들어둔 육수와 찹쌀풀을 넣었다. 간을 하기 위해 각종 젓갈과 매실청, 소금을 추가하고 나중에 배와 양파도 갈아 넣었다. 젓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념장이 만들어졌다.


배추에 물이 더 빠지고 고춧가루가 퍼져야 한다고 해서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양념을 묻히기 시작했다. 부엌에 김장비닐을 깔고 절인 배추와 양념장을 양쪽에 놓고 완성된 김치를 넣을 통도 쫙 깔아 뒀다. 지체할 새 없이 고무장갑을 끼고 로봇처럼 배추에 양념을 묻혀나갔다. 딴생각은 물론 시계에 눈길조차 못 줄 정도로 끝없이 반복했다. 김치통이 거의 채워질 때쯤 고개를 들어 한숨을 돌리는데 그제서야 다리와 허리가 아픈 게 느껴졌다. 하지만 엄살 부릴 틈 없이 김장은 계속되었다. 이렇게 힘들게 김장을 하다보니 김치가 너무 귀하게 보였다.


엄마가 하신 김장양념에 갓 뿌리기!


김치통을 다 채우고 통 가장자리까지 깨끗이 닦아 뚜껑을 닫고 바닥 청소까지 끝내고서야 김장이 비로소 끝이 났다. 양념장이 모자라서 남은 배추는 내가 좋아하는 백김치로 만들어주신다고 하셨다. 남은 배추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백김치를 먹을 수 있어 기뻤다. 당분간은 김장김치가 반찬으로 올라올 예정이다. 반찬투정하지 말고 김치 하나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잘 먹어야겠다. 작년 김장김치도 조금 남아있는데 시다고 버리지 말고 끝까지 야무지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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