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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Dec 14. 2023

머리카락 친해지기

낯선 머리카락과 만남

내 머리카락은 굵고 숱이 많으며 반곱슬이다. 조금만 신경을 안 쓰면 머리카락이 푸석하게 부풀어 올라온다. 나가기 전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건 큰 일거리다.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는 것부터 여간 힘든게 아니다. 원래 이런 머리카락을 어쩌나 싶다가도 왜 이렇게 안되지 하면서 짜증이 밀려올 때가 많다.




이런 머리카락의 상태를 확실히 알게 된 건 중학생이 되던 때였다. 중학교 교칙에 맞게 단발로 잘라야 했는데 그때 그 강렬했던 머리카락 모양은 잊혀지지 않는다. 곱슬기가 있는 머리카락을 그대로 길이만 잘랐으니 아래가 두꺼운 버섯 모양이 되었다. 가르마를 바꿔봐도 그대로였다. 아무리 힘으로 눌러 펴도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은 곧 다시 되돌아갔다. 그러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머리를 기르게 되었고 길어진 길이만큼 머리가 무거워져 신경이 쓰였지만 반대로 그 무게 때문에 머리카락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서 견딜만했다. 그러다 올해 초 중단발로 머리카락을 자르게 되면서 다시 머리카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시 뻗치고 꼬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집에서라도 관리를 했다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리도 거의 하지 않았다. 트리트먼트도 안 할 때가 많고 에센스도 기분이 내킬 때만 발랐다. 머리카락이 너무 상해있어서 무얼 발라도 큰 변화가 없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날에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억지로 펴기도 했는데 잠시뿐, 머리카락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와 짜증이 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미용실에 가면 늘 혼이 난다. 안 그래도 곱슬기 있는 머리라 신경 써야 하는데 머리가 너무 상했다고 관리 안 하면 안 된다고, 지금부터라도 신경 써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신다. 평소에 트리트먼트와 에센스를 쓰면서 코팅을 해주고 열에 손상되지 않도록 너무 뜨겁지 않은 바람에 잘 말려가며 손질을 잘 해줘야한다고 하셨다.


머리카락과 왜 그렇게 담을 쌓고 멀어졌을까. 원래 상태가 안 좋으니 고쳐보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과 친해질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원장님의 손에 다시 살아나는 걸 보니 해결 못할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내게 있었다. 내 머리카락의 상황을 인정하고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머리카락과 친해질 수 있는 시도를 계속 해봐야겠다. 


그러다가 정말 내게 어울리는 머리스타일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준비하는 시간의 반이 머리카락 때문에 필요한데 머리카락이 좋아지면 시간도 절약하고 그 시간도 즐거워질 것 같다. 당장 트리트먼트를 주문하고 에센스도 눈에 띄는 곳에 꺼내두었다. 나를 괴롭히는 머리카락,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부딪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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