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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Dec 17. 2023

돌아온 수프 만드는 날

당근셀러리수프 만들기

당근셀러리수프를 만들어 먹고 있다. 당근과 셀러리 그리고 양파를 볶아 익힌 해독수프다. 중간에 며칠씩 빼먹기도 했지만 건강을 위해 챙겨 먹은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수프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당근셀러리수프는 숙모님이 유튜브에서 보고 추천해 주신 것이다. 다른 야채 해독 수프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고 만들기도 심플하다. 당근, 셀러리, 양파를 얇게 썰어 준비한 후 약불에서 양파부터 볶으면서 시작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양파를 다른 요리 할 때처럼 갈색으로 변하게 볶는 것이 아니라 수분을 낸다는 느낌으로 투명하게 익혀줘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양파가 익으면 당근을 넣고 볶는다. 뻣뻣했던 당근은 양파가 품고 있던 오일과 수분을 흡수하면서 부드러워진다. 여기에 셀러리도 넣고 같이 잘 볶아준다. 재료들이 잘 어우러졌으면 자작할 정도의 물을 붓고 한소끔 끓여준 후 생강청 한 숟가락을 넣고 믹서기에 갈면 완성된다.


오래 볶을 필요가 없어서 만드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7~10일 먹을 양을 한 번에 만들기 때문에 재료를 씻고 썰때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재료를 다 썰고 볶고 하다 보면 진이 빠져서 약간 멍한 상태로 믹서기에 수프를 갈게 되는데 생강청 넣는 것을 몇 번이나 깜박했는지 모른다. 나중에 넣어 섞긴 했지만 제대로 어우러지지 않아서 생강향이 겉돌아서 괴로워하며 먹었다.


색은 아주 고운 단호박수프 색이 나온다.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지만 먹어보면 정말이지 맛이 없다. 왜 몸에 좋은 건 맛이 없는 걸까. 원래 향이 싫어서 당근을 잘 먹지 않았는데 당근이 잔뜩 들어가다보니 처음에는 선뜻 먹지 못했다. 그나마 익혀서 향이 덜 나긴 했지만 숨을 참고 먹을 정도였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서 그때 그때 맛 평가도 한다. 당근이 맛있을 때는 수프의 색도 더 진하고 맛도 더 달다.


당근을 먹을 땐 한 국자씩 떠서 먹는다.
애증의 생강청! 잊지 말자, 생강청 넣기!


수프를 먹고 몸이 좋아진 건지 잘 모르겠다. 맛이 없는데 큰 효과도 없다 보니 며칠씩 수프를 외면하기도 했다. 수프가 떨어졌는데도 일부러 며칠 있다가 만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배가 부르다는 핑계로 먹지 않고 넘어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수프 덕분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먹기 싫어도, 만들기 귀찮아도 먹어야 한다. 오늘도 억지로 채소를 볶고 갈아서 큰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수프를 만들어 먹고자 했던 처음 마음을 잊지 말자. 건강해져서 잘 살고 싶다는 그 간절함을 기억하며 부지런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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