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주는 위로
커피를 좋아진 않지만 가끔 마셔요
커피는 카페인이 있기도 하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잘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카페에 가도 늘 논커피(non-coffee) 메뉴부터 본다. 가끔 유명한 힙한 카페를 갈 때가 있는데 대부분 커피만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커피가 아닌 음료는 없거나 한 두 개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몇 달 전에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았다. 하지만 이곳도 커피 전문점이라 선택권이 없었다. 커피가 아닌 것 중에 음료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달아서 다 마시지 못하고 나왔었다. 그 이후에도 간 적이 있었는데 단 음료는 싫고 그러면 선택권이 별로 없다보니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커피 향과 맛이 너무 좋아 기억에 남았다. 그 향과 분위기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아갔다. 그날도 역시 커피맛이 좋았다. 진하고 고소한 향에 마음이 한순간에 몽글몽글해졌다. 김이 올라오면서 커피 위에 떠있는 크레마가 움직이는데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내가 이 맛을 모르고 외면할 뻔했구나 싶어 다시 오기 잘했다 싶었다. 그 이후로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로스팅 카페에 가면 커피를 조금 마시게 되었다.
어제 SNS를 보다가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한 연예인이 커피 때문에 마음을 다잡은 순간을 이야기해 주었다. 극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돌아오면서 화장실이 급해서 카페에 들렀다고 한다.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마셨는데 커피를 마시는 순간, '내가 이 맛있는 커피를 두고 바보 같은 선택을 하려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커피에는 정말 힘이 있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안정감이 든다. 잘 조절해서 먹는다면 커피도 좋은 기호식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커피를 만나서 커피의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커피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커피가 맛있다는 말이, 좋아한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힘들 때, 기쁠 때, 마음이 왠지 헛헛할 때 한 번씩 카페에 들러 좋은 커피를 마셔봐야겠다. 차분해진 마음에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지금 힘드신 분이 있다면 좋은 커피 한잔을 권한다. 그리고 온전히 커피만 보면서 나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커피를 마신다고 갑자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나를 돌볼 수 있는 여유는 생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해결책도 떠오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