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오랜만에 봤다. 못 본새에 훌쩍 더 커서 낯설기도 했다. 저번에 봤을 땐 얌전히 앉아서 도리도리, 잼잼만 하더니 오늘은 몸을 움직이고 싶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조카가 태어나서 얼마 안 됐을 땐 눈이라도 마주쳐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더 크니 웃어줬으면 좋겠다 싶었고 조금 더 크니 나를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누워만 있을 땐 손이라도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손을 잡고 나니 부르면 쳐다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조카는 내 바람을 다 해주면서 무럭무럭 컸지만 지금은 눈 마주칠 새도 없이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조카는 바쁘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을까. 분명히 나랑 눈 마주치고 웃고 있었는데 금방 뒤돌아서 가버린다. 장난감도 예외가 없다.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금세 질리는지 곧 새로운 놀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거 아니야?, 이건? 이것도 아... 니야?"라는 말을 하며 쫓아가느라 덩달아 바쁘다.
밥 먹을 때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밥을 먹으면서도 다리를 동동 구르고 반쯤 먹고는 일어나 앉아 손을 까딱한다. 그러다 보면 잠이 오는지 눈을 비비기 시작한다. 안아달라고 칭얼댄다.
아직 조카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조카가 하는 일들을 다 봐주고 나니 시간이 다 지나버렸다. 조카의 에너지가 바닥난 것이다. 더 놀고 싶지만 조카가 이런 마음을 알리가 없다. 혼자 아쉬워서 헤어지는 길에 여러 번 인사를 했다. 그마저도 조카는 이리저리 다른 곳을 보느라 바빴다. 더 크면 더 아는 채 안 하겠지. 벌써 아쉽다. 조금만 늦게 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