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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Feb 18. 2024

n번째 만드는 빵

때마다 다른 빵 모습을 보며

건강을 챙기게 되면서 만들게 된 빵이 있다. 바로 사과당근빵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과당근아몬드계란빵이다. 이 4가지만 넣고 만드는 빵이라서다. 밀가루, 쌀가루도 들어가지 않으니 빵이라고도 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빵의 모양을 하고 있으니 빵이라고 생각하고 잘 먹고 있다.




예전에 집에서 카스텔라를 만들어본 적이 있다.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재료만 사용해서 만들었다. 집에 흔히 있는 박력분 밀가루와 계란, 버터 대신 오일을 넣었다. 그리고 오븐 대신 밥솥에 쪄서 익혔다. 기계가 없어서 손으로 머랭을 만드는 건 힘들었지만 내 손으로 빵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해서 자주 만들었다. 그 후로 흥미를 잃고 만들지 않게 되었는데 건강한 빵을 먹으려고 다시 빵을 만들게 된 것이다.


재료만큼이나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베이킹이라기 보단 찜조리에 가깝다. 사과와 당근을 깍둑 썰고 계란, 아몬드와 함께 모두 믹서기에 넣고 갈면 반죽이 완성된다. 믹서기에 넣을 땐 잘 갈리는 재료부터 계란, 사과, 당근, 아몬드 순으로 넣으면 좋다. 이 반죽을 전자레인지에 익혀주면 완성된다. 반죽을 넣은 모양에 따라 빵 모양도 달라진다. 케이크처럼 먹고 싶어서 일부러 동그란 유리그릇을 구매해 만들고 있다.


작년부터 몇 번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만들어보면 똑같은 재료와 양으로 만들었음에도 매번 결과가 조금씩 다르다. 사과가 무르다든지, 당근이 말랐다든지, 아몬드가 조금 모자랐다든지에 따라 반죽이 질기도 하고, 퍽퍽하기도 하다. 어떤 날은 사과가 컸는데도 그대로 다 넣었더니 그릇에서 넘쳐 엉망이 된 적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당근 종류가 달랐는지 색이 유독 진해서 반죽이 샛노란색으로 나온 적도 있다. 그래도 빵은 완성됐고 맛있게 끝까지 다 먹었다.


매번 다른 빵을 보면서 인생과 닮았다고 느꼈다. 일어나 씻고, 일하고, 밥 먹고 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빵처럼 그날의 재료가 어떻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과처럼 달콤한 일이 있을 때도 있고 당근처럼 샛노랗게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재료가 어떤 상태든 결국 빵은 만들어지는 것처럼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루는 지나간다. 일어나는 일을 바꿀 순 없다. 그렇더라도 하루는 그냥 보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 하루니까 소중하게 잘 대해보자 싶었다.



빵맛은 아주 담백하다. 밋밋한데 아주 옅게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재료가 건강한데 맛마저 무해하다 보니 한번 맛을 본 사람에게 다시 권하면 반기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혼자 먹는 빵이 되었지만, 꿋꿋하게 소중히 먹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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