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Apr 02. 2024

행복 나들이

오랜만에 나간 벚꽃 나들이

집 앞에 있는 벚꽃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봄이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벚꽃만 보면 마음이 이상하다. 연분홍색의 색 때문일까, 꽃이 피는 규모 때문일까. 벚꽃을 보면 마음이 붕붕 뜬다.




벚꽃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다. 그런데 괜한 심술인지 벚꽃 보러 간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불편했다. 꼭 명소가 아니더라도 벚꽃을 볼 수 있고 올해만 피는 꽃이 아닌데 유난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벚꽃이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다. 꽃이 지는 모습은 정신없어 보여서 얼른 잎이 나기를 기다기도 했다.


처음부터 벚꽃을 반가워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집 근처 산 입구에 벚꽃 나무길이 아주 짧게 있었는데 벚꽃이 만개하면 꼭 찾아갔었다. 그런데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몇 년 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보지 않다 보니 안 봐도 될 것 같았고 마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꽃이 피면 보러 가고 싶어졌다. 여유가 생겨서 그렇기보다 여유를 가져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꽃을 보는 순간이라도 행복했으면 싶어서다. 그래서 올해는 벚꽃을 보러 나가보기로 했다.


사실 가기 전까지 내키지 않았지만 너무 예뻐하는 조카가 간다기에 따라나섰다. 유명한 벚꽃 명소로 갔는데 예상대로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예쁘게 봄옷을 입고 길을 따라 걸으면서 벚꽃을 구경하기도 했고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근처 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 삼아 나왔는데 신이 나 방방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녀들의 웃음소리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꽃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과 밝은 분위기는 생각난다. 이래서 벚꽃을 보러 가는구나 싶었다. 밝은 에너지를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벚꽃은 매해 필 것이다. 올해 못 보면 내년에 보면 된다. 하지만 올해 올 행복이 내년에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다. 시간이 안 맞아 못 갈 수도 있고 축제기간 내내 비가 올 수도 있다. 지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면 찾아서 누려봐야겠다. 작더라도 부지런히 찾아내 행복을 쌓아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쁨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